글쓰기를 하는 현실적 이유
글쓰기는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많다. 말, 글, 그림, 동작, 얼굴표정 등이 그것이다. 글을 제외한 나머지는 은유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받아들이는 상대의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술 방면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반면, 글은 직유적이다. 글을 통해서도 상징을 나타낼 수 있지만, 글은 대부분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다. 간단한 생각부터 복잡한 사상까지 글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실체화할 수 있다. 실체화된 글은 문장의 형태로 나타나며, 일정한 구조를 갖춘다.
생각은 문장의 형태로 떠오르지 않는다.
산발적인 단어나 느낌과 같은 방법으로 머리에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정리된 생각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생각이 중구난방이면 글도 중구난방이다. 생각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 글도 그렇다. 글은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좋은 생각이 좋은 글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논리적인 문장으로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 번쯤 이불킥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이렇게 말할 걸 하는 후회를 누구나 한다. 말도 이럴진대, 글은 더욱 그렇다. 아는 것과 그 아는 것을 글로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한 번 해보면 안다. 아주 쉬운 주제의 글을 적어보자. '자동차'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낼 것인가? 구체적인 정의가 이런데, 추상적인 관념이나 사상을 글로 적어야 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글로 써본다는 것.
이것은 내 생각이 얼마나 모호했는지, 논리적이지 못한 지를 확인해 보는 효과적인 작업이다. 추상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글로 만들고, 그 글을 다시 읽음으로써 다시 그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은 오로지 글을 써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보다 나은 표현, 정확한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우리 뇌 속의 논리회로를 증진시켜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생각을 글로 쓰고, 그 글을 다듬어가는 과정을 통해 점점 생각의 형태는 뚜렷해진다. 스스로가 첫 독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생각을 나누면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글로 기록하고, 이를 타인과 나누며 살아왔다. 획득된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은 간접적인 그림이나 기호보다 직접적인 글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될 수 있다.
디자인도 표현이 중요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조건을 계획에 맞게 수요자 중심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머릿속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표현해서 실체화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능력이다. 제품으로, 브랜드로, 건물로 표현하는 것은 은유적이다. 클라이언트, 디자이너, 개발자, 생산자, 유통전문가 등이 하고 싶은 얘기를 디자인에 녹여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 결과물은 보는 사람이 지레짐작으로 판단해야 한다. 글과는 달리 애매하고 추상적이어서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아무리 디자이너의 의도나 클라이언트의 목표가 있고, 그것을 잘 표현해 냈다고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글은 대단히 직설적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문장구성, 표현능력을 연습해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글쓰기에는 기술이 있다.
다행히 이 기술은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을 드러내고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글쓰기다. 모두가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이런 글쓰기 능력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생에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통해 우리의 삶은 진전된다. 그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미래는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글쓰기는 이런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한 훈련인셈이다. 머릿속의 생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체계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계획대로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이 시각적인 이미지와 형태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시각 언어수단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그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추상적이던 머릿속 생각을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양질의 정보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를 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