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가둔 비싼 장난감
레고는 세계적인 완구브랜드다.
1932년 8월에 설립된 97년 역사의 유서 깊은 이 덴마크 완구회사는 블록장난감 하나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형태는 단순한 블록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레고의 가장 큰 매력적인 장점이다.
유사한 블록장난감도 많지만, 레고는 레고만의 DNA가 있다. 단순한 구조의 블록조립식 장난감이지만, 제품의 품질 수준은 상당하다. 산업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보면, 설계와 금형, 사출 등의 품질, CMF관리는 레고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조립으로 다양한 형태를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레고는 예전과 다르다.
과거의 레고는 기본 블록으로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설계도대로 한 가지 모델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완구라기보다는 설명서를 따라 만드는 퍼즐에 가까워졌다. 건프라 같은 조립식 프라모델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장난감이라는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검증된 캐릭터인 스타워즈, 해리포터, 디즈니, DC코믹스, 쥐라기 공원, 닌텐도, 소닉 더 헤지혹, 포트나이트 등과의 협업을 통해 출시되는 제품은 완전히 레고의 색깔을 프라모델식의 장난감으로 이끌고 있다. 물론, 이것은 2000년대 초 기업의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책의 일환이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어린이 고객에서 고가용 성인으로 대상으로 바꾼 것은 경영자 관점에서는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창의적 놀이라는 본질은 잊혀 갔다.
레고는 더 이상 어린이 장난감이 아니다.
어린이가 용돈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마, 건프라와 유사한 고객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키덜트(Kidult)들만의 비싼 장난감이 되었다. 혹은 아이용으로 포장된 어른의 장식용 장난감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레고의 시장 점유는 이제 안정권이 아닐까 한다. 제품, 콘텐츠 등 레고가 가진 이미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레고는 값비싼 조립식 블록장난감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단순한 조립식 프리미엄 블록 수집품이 아닌, 진짜 창의력을 자극하는 도구가 될 수 없을까?
그 옛날 기억 속의 블록 장난감은 만능이었다.
몇 개만 있어도 로켓이 되고, 로봇이 되었다. 만들다가 블록이 부족하면 로봇도 건물이 되거나 다리가 되면 그뿐이었다. 지금의 레고는 획일적이다. 제품라인 전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스페셜 에디션 형태로 단순한 기본블록만으로 출시한다면 어떨까? 만일 이 글을 보는 독자 중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볼 것 같다. 성인용 레고와 달리,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설명서가 없는 기본 블록만 한가득 주고 아이가 자기의 상상에 맞게 이렇게도 조립하고, 저렇게도 조립하면서 스스로 완성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비즈니스로 본다면 이런 기본 블록으로 만드는 창의커뮤니티도 좋겠고, 각자 만든 형태를 어플로 남겨도 좋겠다.
각 국의 멘사그룹과 협업해서 공식굿즈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부모님 지갑을 열기에도 용이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창의성은 이렇게 길러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