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는 시대를 대표한다.
특정 시대의 노래는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왜 가요무대를 그렇게 즐겨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지나간 대중가요를 듣는다는 건,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 속에는 그때의 나, 그리고 그 시절의 감정과 기억들이 묻어 있다.
지금은 대중가요라는 말 대신 K-POP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도 언젠가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K-POP에는 예전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나이 때문이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의 발라드처럼 마음을 흔드는 노래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음악은 예전처럼 감동을 주기 어렵다. 트렌드가 변했고, 감정의 기준도 달라졌다.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른 비트와 음악 스타일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설령 가사를 알게 되더라도 그 의미는 예전의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노래가 있었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처음 들었을 때 복고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예전 젊을 때 듣던 노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 감성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현재로 불려 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전해졌을 것이다.
잔나비.
그룹사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들만의 색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마치 음유시인이 시를 읊조리듯, 그들의 가사는 시였고, 그 위에 흐르는 멜로디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한 곡씩 알게 된 청년들의 곡은 때로는 애절하게 누군가에게 속삭이고 때로는 세상을 향해 청춘을 소리치고 있었다. 50 평생 처음 가본 그들의 공연장에서는 넘치는 에너지와 부딪치는 감정들이 서로 섞여서 함께 움직였다. 가사는 아름답고 아련했으며 철학적이고 심오했다. 가벼운 듯 진중하고, 속삭였지만 소리쳤다.
우리는 노래 한 곡으로 즐거워하고, 위로를 받는다.
중년을 넘긴 나이지만, 젊은 뮤지션에게서 이렇게나 큰 감정의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표현은 다소 진부할지 몰라도, 잔나비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어려운 수준의 예술에서부터 대중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오늘도 달리는 차 안에서 그들의 시를 듣는다.
https://youtu.be/GpQ222I1ULc?si=CGWL2ZouBa9kodQK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