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신호등에서 만나더라

때로는 호흡조절도 필요하다

'천천히 가는 게 답일까?'

내 운전 스타일은 아주 얌전한 편이다. 부산 남자라고 다 급한 성격은 아니다. 물론 시내를 달리다 보면, 급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난다. 운전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 무게 1톤이 넘는 쇳덩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

시내에서 아무리 급해도 빨리 가 봐야 거기서 거기다.
영화처럼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면 모를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시내의 신호체계는 기가 막히게 잘 짜여 있어서, 적당한 거리마다 멈추게 되어 있다. 악셀을 밟아도,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이상 결국 그 신호등에서 다 같이 멈춰 서게 마련이다.

인생도 비슷하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기껏해야 한두 신호 앞서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그 잠깐의 차이도, 결국은 같은 신호등 앞에서 나란히 서 있는 걸로 끝난다. 신경질적으로 악셀을 밟던 사람이 바로 옆 차선에 서 있을 때, 묘하게 허탈해진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멋있는 얘기는 아니다.
인생은 짧은 것 같아도 긴 마라톤이다. 초반부터 페이스를 올리면 금세 지쳐버린다. 꾸준히, 일정한 페이스로 가야 할 때가 있다. 힘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힘을 얼마나 꾸준히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크로스핏의 로잉머신도 마찬가지다. 힘으로만 당긴다면 금세 체력이 바닥난다. 적당히 꾸준하게 당기다가, 마지막에 힘을 몰아주면 된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다.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른다고 해도, 결국엔 다 비슷한 신호등 앞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너무 급히 달리면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없어진다. 신호가 바뀌고 출발해도, 규정 속도를 잘 지키며 주위를 둘러봐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가끔은 속도를 줄여보자. 천천히 가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