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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창문에 손가락을 끼이다

결과는 러키비키다!

by 송기연

오른손 엄지손톱이 조금 욱신거린다.

1시간 전쯤 택시문을 열다가 창문에 손가락 끝이 살짝 끼었다. 나는 창문이 약간 열려 있던 뒷문의 윗부분을 잡고 문을 열었고, 기사는 손님이 타려고 하니 창문을 닫으려고 했던 것 같다. 찰나의 순간 기사와 나의 선택이 아주 조금 겹쳤다.


악!

엄지 손가락 끝이 끼였는데 외마디 소리가 나왔다. 손톱 끝으로 통증이 번졌다. 앓는 소리를 내며 뒷자리에 가방을 밀어 넣고 앉았다. 기사는 힐끔 뒤를 돌아봤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호들갑까지는 아니더라도 급한 사과의 말 정도는 듣고 싶었나 보다. 손가락 통증이 이어지면서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차문도 안 닫은 채 기사한테 따지듯이 물었다.


"아저씨, 그렇게 문을 올리면 어떡합니까!"


일정이 있어서 일단 행선지를 말하고 문을 닫았다. 조금 있으니 살짝 찌릿한 느낌은 있으나 통증은 가라앉았다. 15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지에 멈췄다. 카드로 넘기며 기사에게 약간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기사님, 다음부터 손님 탈 때는 유리창문 올리면 안 되겠어요"


"네?? 제가 올린 창문에 손이 끼인 거였어요?"


기사는 그제야 목소리가 바뀌었다. 몰랐던 것 같다. 그냥 손님이 차 문을 열면서 악 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었고, 나는 아픈 소리를 냈지만 원인을 몰랐던 것이다. 별의별 사람이 많으니 그냥 그런 손님 중 하나로 생각했을까? 차 문을 열 때 기사님이 올린 창문에 손가락이 끼었다고 하니 화들짝 놀란 것이다. 괜찮다고 나도 주의하겠다고 말하고 내렸지만 기사는 연신 죄송하다면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손가락 많이 아프세요? 어쩌지, 어쩌지.."




생각해 보니 나도 정확하게 의사전달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사님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갸우뚱하며 운행을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작은 우연과 사소한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어찌 보면 우연과 우연이 만들어낸 작은 충돌이다. 내가 조금만 더 정확하게 말을 했다면 출발 전에 서로 실수를 인정하며 깔끔한 출발을 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했기에 나는 15분이라는 시간은 화와 함께 보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는 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필요한 수준의 표현을 못했다. 돌이켜 볼 일이다. 오늘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글감 하나를 건졌다. 글을 쓰다 보니 통증도 거의 가셨다.


완전, 러키비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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