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부산시 기능경기대회
청소년이 보는 디자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주는 전국에서 기능경기대회가 열리는 기간이다. 부산 지방기능경기대회 제품디자인 심사위원으로 2년 연속 참가하게 됐다. 제품디자인 직종에 응시하는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18세 정도로 고2정도다. 이들이 바라보는 제품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사뭇 궁금하다.
기능경기대회 제품디자인은 지극히 기능주의다.
경기 주제는 사전 공개된다. 미리 연습을 한 번 해오라는 의미다. 매년 경기규칙이 조금씩 바뀌는데, 올해부터는 디자인 기획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하고, 프레젠테이션으로 동영상 제작이 추가됐다. 대신 단일주제로 총 14시간에 걸쳐 결과물을 완성해 내야 한다. 단순한 스킬로써의 디자인이 아니라, 여기에 기획과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기획(조사, 분석, 콘셉트, 디자인 방향 등), 3D모델링과 렌더링, 도면과 설계는 컴퓨터로 작업하고, 아이디어 스케치와 프리핸드 렌더링은 수작업을 해야 한다. 하루 7시간씩 이틀에 걸친 작업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 있으나, 참여하는 선수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경기에 임하는 어린 선수의 태도는 상당히 진지하다.
미리 공개된 주제로 연습해 봤다고는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는 긴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무진 MZ세대 예비 디자이너들은 아주 적극적이고 진중했다. 몇몇 선수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줄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작업을 진행했다. 저마다 계획된 디자인을 완벽하게 표현하는데 14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훈련했다고는 하지만, 프리핸드 스케치와 컴퓨터로 표현해 내는 모델링과 설계, 기획서 제작하는 모습은 나이 답지 않은 숙련도를 보여줬다. 물론 이들도 경기장 밖에서는 여느 10대 들과 다를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경기 내내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보는 시선은 대견함 그 자체다. 내가 지나온 길을 따라오고 있는 청소년 선수들의 모습에 고마움도 생긴다.
좋은 학생의 뒤에는 좋은 선생님이 있다.
매년 경기에 참여하는 지도 선생님의 노고가 엿보인다. 방과 후 학생들을 지도해서 매년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자체가 보통의 열정으로는 안 된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 디자인은 이들의 몫이다.
현재 선수들이 겨루는 디자인의 룰은 현 기성시대가 만들어놓은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이 룰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디자인계의 젊은 피는 어떤 도구나 방법이라도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재해석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바뀌고 발전해 나간다. 이들에게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제 경기는 내일이 마지막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심사에 임하려고 한다.
이렇게 디자인은 미래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