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위한 디자인이 답이다.
평소 궁금해하던 의문의 답을 찾았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나쁜 것인가? 여러 디자인 사례와 트렌드, 양질의 책을 통해 디자인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니 이제 나아갈 디자인 방향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우리 인간은 태생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객관적인 아름다움이든 주관적인 아름다움이든 상관없다. 아름다운 것을 대할 때 느껴지는 마음속의 즐거움과 체험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미학적 가치다. 예술에 이어 디자인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권내의 선진국이다.
이제는 생존과 필요가 아니라 개성과 취향이 선택기준이 된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음식보다는 맛있는 음식, 이왕이면 분위기나 서비스가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다. 옷도, 헤어스타일도, 향수도, 컬러도 나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퍼스널을 추구한다. 일상적인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보다는 심리적 만족을 위하는 구매가 자연스럽다. 다른 사람의 기준도 좋지만, 내 마음에 감흥을 일으키는 디자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보면 볼수록 좋은 디자인이 있다.
그런 디자인은 공통적 속성이 있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워서 내 마음속에 즐거운 감정을 샘솟게 한다. 아름다움은 대상 그 자체에 있을 수도 있고 대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에 생길 수도 있다. 즉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디자인도 내가 볼 때 별로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그 디자인을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근현대 미학개념에서 수용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현대 디자인이 ‘사용자(수요자) 중심‘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대할 때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는 다른 이가 규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라마 ’ 미스터선샤인‘에서 배우 변요한이 분한 ‘김희성’은 조금은 자조적인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바람, 꽃, 아름다운 여인, 농담 뭐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
여기에 디자인을 접목해 보면 어떨까?
무용하다는 것은 기능성을 말하는데, 디자인에서 기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기능성보다는 아름다움이 우선이 되면 어떨까 한다. 왜냐하면 기능만을 위한 제품은 디자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순서도 아름다움이 먼저다. 즉 아름답다면 기능은 큰 고려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디자인이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디자인이 있으면 삶은 훨씬 윤택해지고 풍요로워진다. 이 정도 차이는 나야 디자인의 존재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디자인이 단순히 외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기업의 매출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된다면 디자인은 그냥 있으면 좋은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디자인이 있으나 없으나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디자인을 할 이유가 없다. 디자이너들 역시 이런 논리에 공감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디자이너 일자리를 다 뺏는다.
이때 말하는 디자인은 기능주의 디자인이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기능주의 디자인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도 맞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그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했을 뿐이다. 문제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가속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기능주의 디자인에서 미학적 디자인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미학적 디자인도 인공지능이 훨씬 그럴듯한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단, 그것은 미적 대상으로서의 결과물에 한정이다. 인간의 미적쾌감은 대상을 접하고 내용미를 대할 때 발생한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만든 디자인에는 이런 감정이 발생할리 만무하다. 인공지능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 미적대상의 창조자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조건일 때 제대로 된 미적감흥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 즉 이제는 디자이너 개개인이 자신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디자인에 녹일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한다. 그게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인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디자인은 인공지능 시대가 와도 최후까지 버틸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디자인 분야는 가장 빠르게 인공지능에 잠식되었고 지금도 활발한 진행형이다. 이제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전환이 필요하다.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기능주의디자인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발전된 기술 위에서 자유로운 춤을 춰야 한다. 규칙도 경계도 없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 미적 쾌감과 감흥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제, 제대로 된 디자인 전성시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