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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권 침해

기능위주 디자인의 현주소

by 송기연

코웨이가 칼을 빼 들었다.

그동안 코웨이는 얼음정수기, 안마의자, 공기청정기 등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다. 지난 4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코웨이는 자사의 디자인권이 침해당했다면서 쿠쿠, 교원, 청호나이스에 판매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식재산권 중 하나인 디자인권의 권리와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세상에는 유사한 디자인이 참 많다.

분명히 먼저 나온 디자인이 있고, 뒤에 나온 디자인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나온 디자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권이 생겨났다. 법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애써 디자인을 할 이유가 없다. 잘된 디자인을 따라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성공한 디자인에는 여지없이 카피캣이 따라붙는다. 이는 원 창작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어찌 보면 2등 전략은 나름 효율적이다. 애써 새로운 길을 헤쳐 나가기보다는 1등의 뒤를 안전하게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이것이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누구도 앞서 가려고 하지 않고 남의 눈치만 보게 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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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들도 나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게 됐다고 말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확률이 얼마나 될까? 벤치마킹이라는 그럴듯한 말을 가져다 붙여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적어도 디자이너라면 그런 자존심은 있을 것이다. 얼마든지 변별력 있는 디자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다른 게 있겠는가? 유사한 디자인, 유사한 기능이라면 경쟁제품보다 조금 싸게 포지셔닝하는 것 아니겠는가? 보통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유사한 두 제품의 차이는 없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롯데리아는 별도의 상권 분석 없이 맥도널드가 들어오는 곳 근처에 매장을 낸다는 것이다. 힘든 1등보다는 맘 편한 2등 전략이 어떨 때는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기술에 대한 문제는 다르다. 기업에서 애써 개척한 시장과 막대한 홍보비를 통해 구축한 이미지에 무임승차한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더해 시장 점유율도 저가 전략으로 야금야금 먹겠다는 천박한 구상이기도 하다. 디자인이 카피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디자이너가 제일 잘 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코웨이의 얼음정수기 제품도 단순한 박시형 디자인이다. 주방에 놓이는 정수기가 박스형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유사한 크기의 디자인 콘셉트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선점이 필요하고 코웨이는 그것을 했다. 반면 쥬시 살리프나 아뮬레또 같은 미학적 디자인 제품은 상대적으로 카피에서 자유롭다. 완전히 독창적인 형태와 디자인은 그 어떤 것도 흉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는 것이 콘셉트라서 누구도 따라 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브랜드라고 하는 유사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들의 유사 디자인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코웨이는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도 디자인권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안마의자, 공기청정기 등 브랜드만 가리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구분이 어렵다. 이런 제품이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다. 디자인권 선점은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후발주자들은 너무 쉽게 디자인을 따라 한다. 판매에 도움만 된다면 양심의 소리를 운운하는 것은 기업 구성원으로서 도의를 저버린 행위라고도 생각한다. 과연 이게 맞는 말인가? 기술은 기업 간 차이가 크지 않다. 코웨이의 얼음정수 기능이나 쿠쿠의 얼음정수 기능이나 누가 구분할 수 있을 정도 차이가 있겠는가? 결국 승부는 디자인에서 판정 난다. 후발주자가 앞서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 품질과 기능을 확보한 뒤 사용자의 감성과 경험을 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후 그에 걸맞은 홍보나 마케팅 등의 후속투자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미학적 디자인이 계속 생각나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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