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은 마음껏 펼치는 디자인 전쟁터다
따로 있다.
이렇게 확언하는 이유는 공모전이라는 존재이유 때문이다. 어떤 공모전은 특정한 주제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제는 완전 자유다. 즉, 현실디자인이 아닌 과감한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한정된 디자인에 익숙하다. 이걸 실제로 만든다면 얼마나 들까? 이런 기술이 구현 가능할까 싶은 다양한 훈련된 걱정과 한계가 머리를 누르면 공모전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어렵다.
가끔 디자인공모전 심사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많은 지원작을 보면 심사가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번작들 틈에서 수작은 눈에 띄는 것이 당연하다. 최종 심사단계로 갈수록 경쟁작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평가가 들어가겠만 기본적으로는 형태와 색에 따라 나뉜다. 이후 콘셉트와 디자인 의도, 철학을 보게 된다.
기업이 원하는 디자인의 한계는 명확하다.
현실의 디자인은 기술, 예산, 생산 등을 고려해 최고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기능성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그러다 보니 파격적인 디자인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고만고만한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래서 공모전 디자인은 달라야 한다.
공모전의 목적은 명확하다.
뛰어난 디자이너를 찾고 싶은 목적과 그가 만들어낸 뛰어난 디자인을 만나기 위함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을 때 최고의 기량과 감각을 누가 발휘할 것인가. 원가절감을 위해, 생산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로지 하나, 디자인 능력을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 능력은 무엇인가? 많이 팔리는 제품,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 자유로운 발상의 결과로 나온 실험적인 디자인, 세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디자인'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 디자인에 영감을 받는 제조사나 클라이언트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모전은 그야말로 룰 없는 전장이다.
애써 생각을 가두고, 아이디어에 한계를 둘 필요 없다. 기능적 디자인이 아닌 미학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디서 봄직한 디자인은 매력이 떨어진다. 소위 미친 발상이 필요한 곳이 바로 여기다. 그렇지만 항상 생각해야 한다. 공모전의 심사는 아무리 명확한 기준이 있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심사위원의 개인적 견해, 주관적 해석이 많이 관여한다. 어쩔 수 없다. 세상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다만, 공모전에 응모하는 디자이너들이 이런 것에 크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그냥 본인의 최대 능력치를 쏟아부어서 디자이너 개인의 능력치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곳이 공모전이다.
공모전은 중요하다.
세상은 언제나 나의 창의성을 가두고 한계를 규정한다. 공모전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다. 늘 보던 동료나 주변인을 넘어 세상에 나의 디자인 능력과 감각을 선보일 기회다. 나는 미친놈 같은 천재성을 가진 디자이너를 만나고 싶다. 강하게 세상을 들이박는 숨어있던 디자이너의 발상을 보고 싶다. 혹시 누가 아는가? 그 주인공이 당신이 아니라는 법은 없다. 마음껏 질러보자.
공모전은 그렇게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