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디자이너의 스피치가 중요한 이유

by 송기연

속담은 은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역보다는 의역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상한 직업정신(?)이 발휘되면서 이 말에 대해서 좀 파고 들어가 봤습니다. 엽전이 화폐로 통용되던 때도 시기에 따라 가치가 달랐을 겁니다. 간단한 구글링으로 찾아봤을 때에는 18세기 서울의 평균 쌀값을 기준으로 계산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최근 계산 값이 2017년이던데, 오늘(2020년 7월 30일)을 기준으로 산정해봤습니다. 천 냥이라는 단위는 지금의 시세로 어느 정도나 될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1. 18세기 서울 평균 쌀값은 1 섬에 5냥(1 섬은 약 144kg)

2. 2021년 7월 15일 현재 쌀 산지 가격은 20kg에 55,850원(자료=통계청)

3. 1 섬(144kg)은 20kg의 7.2배

4. 55,850원 × 7.2 = 402,120원.... 이 금액이 18C 서울 쌀값 1 섬의 현재가치

5. 1 섬이 5냥이라고 했으니까, 402,120 ÷ 5 = 80,424원..... 이 것이 1냥의 현재가치

∴ 천 냥은 80,424원 × 1,000 = 80,424,000원(대략)이 나옵니다.



천 냥의 현재가치는 대략 8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빚이 8천만 원인 사람은 안타깝게도 흔합니다.

그 빚을 말 한마디로 갚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말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겠지요. 이 큰돈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비유할 만한 제품을 찾아보니, 2022년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80입니다!

20210419135101_YDliPI0N.jpg Genesis Electrified G80(현대자동차, 출처 : NAVER)


천 냥 빚을 갚는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말의 힘입니다. 디자이너들의 결과물만 보고 콘셉트의 구체성과 디자이너의 의도를 알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글이나 그림으로 설명하지만 이것 역시도 한계가 있습니다. 감정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디자이너의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당사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에는 신뢰도 있습니다. 진실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디자이너들한테 요구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콘셉트와 디자이너의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한 표현능력은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잘 전달하고 표현하겠다는 의지에 기반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충 디자인하고 이를 꾸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존재하지요. 그러나, 그것 역시도 디자인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만든 디자인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클라이언트나 이해관계자나 사용자나 누가 됐든 상호작용합니다. 훈련해야 합니다. 글을 연습하고, 그림을 연습하고, 말을 연습해야 합니다.


자칫 표현이 서툴러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미흡은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표현도 생각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듯이, 디자인의 표현도 생각만으로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글이나 그림 못지않게 중요하고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이 말입니다. 스피치 기술을 익히는 것은 얕은 수가 아닙니다.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통해 디자인이 가진 의도와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한다면, 회사 내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투자유치나 클라이언트의 설득과 이해,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 등 많은 면에서 유리해집니다.


글과 말은 닮아있습니다. 동일한 콘텐츠가 입을 통해 나올 때에는 글이 가지지 못하는 힘이 있습니다. 천냥 빚을 갚을 정도 힘을 가진 말의 힘을 믿고 훈련한다면, 디자인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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