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힘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다.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어떤 형태와 특성이 있을까? 목표가 정해져야 다음 행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서비스디자인프로세스에서도 정의하기(Define)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로 정의된 어떤 현상이나 상태를 개선하는 것으로 전체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산업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대동소이하다.
문제가 중요하다.
문제라고 다 같은 문제가 아니다. 종류, 난이도, 속성이 제각각이다. 동일한 현상도 대하는 사람마다 달라진다. 그래서 문제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은 디테일에 있다. 문제를 대하는 디자이너 역시 얼마나 꼼꼼하게 문제를 대하는지에 따라 전문성의 무게는 달라진다. 산업디자인, 공공디자인을 막론하고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이 '문제'는 모든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문제를 보다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자.
문제는 복잡하다.
문제의 기본 속성이다. 영어로는 고약하다는 의미의 Wickid라는 표현을 쓴다.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여러 이해관계와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알 수 있다. 피상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단순하다. 하지만 내면을 한 꺼풀씩 들여다볼수록 문제의 복잡성을 알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서는 특히 대상이 되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공공서비스경험디자인에서의 문제는 층위를 가진다.
1. 평소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인지 정도는 하는 문제
가장 수준 높은(?) 문제다. 사회적으로 개선의 필요가 충분하지만 누구나 선뜻 나서지 못한 그런 문제. 의식을 하고 있어서, 누군가 문제에 대해 말하면 바로 공감이 되는 그런 문제다. 광주광역시 광진구의 국민디자인단 과제였던 어르신 병원동행서비스와 차량의 소통이 적은 도로에 설치되는 회전교차로 같은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숨어있던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서 공론화하고 효율적인 해결안을 내놓고 그것이 다른 곳으로 확산된다. 이 프로세스가 가장 이상적인 국민정책디자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 겉으로 드러나 있는 문제
인구소멸, 청년 실업, 계층갈등 등 공론화되어 있지만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이것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공통으로 적용될 해결책보다는 사안에 맞는 문제해결 방법이 맞다.
3. 내부목표
가장 많은 수의 문제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여러 목표(goal)가 있다. 이걸 문제라고 치환하는 케이스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특정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홍보하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이용률이나 만족도를 높이고, 기관이나 조직끼리 유대감을 올리는 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내부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해당 조직의 내부목표 달성일 뿐이다.
그 외에 정해진 문제에 대한 목표 수준을 정해야 한다.
문제의 완전해결(Barrier Free)이나 개선(Full, Half, Part)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가 있는 상태를 문제가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만 해결이라 할 수 없다. 부분적 개선 역시 문제의 성격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어떤 문제는 절대 한 번에 없어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볼 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최초에 규정한 문제가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문제의 원인과 개선(혹은 해결)의 상태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역시 문제다.
모든 문제가 디자인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디자인에 있지 않다. 어설픈 디자인 만능주의는 경계의 대상이다. 디자인은 표현이 중요하다. 생각과 말과 행위의 표현이 디자인으로 아름답게 전달되고 공유된다. 디자인이 생각과 발상의 단계에 촉진 역할을 할 수 있으나, 발상 자체의 존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 디자인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발상과 사고 자체가 이미 우수한 상태에서 존재하고 있거나 높은 가능성을 두고 태동 직전의 상태여야 한다. 디자인이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 많은 디자이너는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에 아주 신중하다. 이후 진행되는 모든 일은 스킬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사이트는 창조되지 않는다. 발견될 뿐이다. 문제를 대하는 관점을 보면 전문성이 보인다.
역시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