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능설에 대해
디자인은 이제 흔한 개념이다.
디자인의 가치를 낮추는 말이 아니라, 디자인의 보편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대단히 전문적인 영역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는 아주 친근한 영역이다. 기획하거나 생각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분야에는 디자인을 붙일 수 있을 정도다.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즉 전통적이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 분야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라이프 디자인, 지출 디자인, 투자 디자인, 여행 디자인, 행정 디자인 등 어지간한 곳에는 적용가능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오인이 생긴다. 바로 디자인 만능설이다.
다 좋은데 디자인만 부족하다.
여기에는 디자인 이외에 마케팅, 홍보, 광고 같은 사후 개념이 주로 온다. 디자인만 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 같다는 착각이다. 말 그대로 착각이다. 디자인은 분명 유용한 도구다. 디자인은 아름다운 외형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내부구성에도 관여한다. 모든 디자인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차별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디자인 하나가 모든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세상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운과 기술은 그래서 늘 함께 다닌다. 만약 디자인이 그렇게 획기적인 도구라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디자인 예산일리 없다. 상식적인 논리다.
디자인은 또한 지레짐작이 아니다.
타고난 천재 예술가가 한 번 갈겨 그린 예술 작품이 아니라 무수한 조사와 분석, 고민과 열정을 통해 나오는 결과다. 제아무리 경험 많은 디자이너라도 일필휘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뛰어난 디자이너는 확언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도 아니다. 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항상 제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단지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는 판단에 좀 더 신뢰가 생기는 것이지 눈에 띄게 시간을 줄이거나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약하는 개념이 아니다. 가끔 어설프게 디자인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치기 어린 겉멋 같은 행위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디자인의 보편성과 대중성을 위해 전문영역의 입지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와 걱정이 든다. 누구라도 취향 정도는 있다. 비전문가에 대한 디자인 평가나 의견은 적정한 수준에서 가중치가 적용되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마케팅은 만능이 아니다.
기술도, 품질도, 홍보도, 고객관리도 모두 마찬가지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디자인 역시 그렇다. 관련되는 여러 분야와 함께 할 때 디자인도 빛이 날 수 있다. 디자인도 ROI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다른 자원의 투자에 비해 투자 대비 수익 비율이 높은 도구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기적 같은 결과를 원하겠지만 이것은 로또 한 장을 사서 일주일 동안 행복한 수준과 같다. 인스타그램에 광고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초보 운전자에게는 아무리 성능 좋은 FI 포뮬러 자동차를 줘도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디자인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디자인은 아주 좋은 도구다.
디자인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에 맞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도와 분명한 한계 역시 존재한다. 디자인은 독불장군이 아니다. 단, 좋은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경험과 역량은 아주 중요한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디자인이 꼭 만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