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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이 모르는 다이소의 비밀

by 송기연

다이소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전국 어디를 가도 다이소 매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말로만 국민가게가 아니라 동네 어디를 봐도 다이소는 우리 생활과 함께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매장수는 약 1, 550개에 매출 규모는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임직원 수는 약 12, 575명이라고 한다. 이 정도 매출은 SK텔레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롯데케미컬과 비슷한 수준이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팔아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그야말로 전국구 규모의 국민가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이소에 대해서 가지는 인식은 어떤가. 그냥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삶에서 다이소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평균 3만 종 이상의 제품을 취급하는 다이소.

이제 간단한 뷰티제품, 옷, 건강기능약품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우리 생활 속 제품은 대부분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매장 위치도 백화점이나 아울렛에도 있고, 규모는 단독 건물을 통째로 쓰기도 한다. 어찌 보면 신기한 이 다이소가 이렇게까지 성장한 데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단순히 저렴한 제품가격만으로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는 다른 성공 요인이 있었을까? 일본의 무인양품과 돈키호테, 천 앤 샵 그리고 스웨덴의 이케아, 한국의 노브랜드와 5K 샵등이 다이소의 경쟁상대다. 아니 이제는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다이소만의 컬러가 생기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필자는 29년 차 산업디자이너다.

원래 디자이너라고 하면 유니크한 제품, 비싼 물건을 주로 쓸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도는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일상제품은 가성비를 추구한다. 나 역시 끼고 있는 안경은 수공예 공방에서 만들었고, 책상 위 스탠드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라문이고 필기구는 꼭 수제 만년필을 쓴다. 하지만 강의용 마이크에 들어가는 건전지, 보리차를 PET에 담는 깔때기, 운동화 실리콘 끈, 출력된 문서를 담는 투명홀더는 무조건 다이소에 가서 구매한다. 좋은 디자인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돕는다. 목적에 부합하는 좋은 제품은 최대한 많은 사람의 삶에 관여한다. 파올라안토넬리의 『Humble Masterpieces 』는 우리 주변에서 오래도록 존재했던 작고, 평범하면서 저렴한 제품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을 위한 진정한 명품은 비싸고 고급진 사치품이 아니라, 작은 종이클립, 각설탕, 옷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산업디자이너로서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꾼 책이다.

images?q=tbn:ANd9GcTk6zElobDKn2bv-Se3tUlR1UtZVHPdiXPPnPMtkg7vU9tbAUXX Humble Masterpieces


그런 관점에서 다이소를 보자.

이 국민 브랜드는 우리 삶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제품의 가격은 가치와 비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1,000원짜리 와인잔 하나가 인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찮게 보이는 1,000원짜리 공주 스티커 한 세트는 5살짜리 여자 아이가 아빠를 위한 선물포장의 액세서리로도 쓰일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굿디자인은 화려한 외형이나 눈부신 기술의 결과물만이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다이소를 봤다.

다이소는 제품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다이소에서 찾은 좋은 제품은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된다. 원래 정해진 기능을 넘어 새로운 용도의 발견은 그야말로 MZ세대에게는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어차피 다이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오래된 산업디자이너로서 다이소는 아주 흥미롭다. 다양한 제품군은 물론이고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재미는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 같다. 다이소 추천템을 나누듯이 다이소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비밀은 원래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

다이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면 한다. 비밀은 함께 나눌 때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나는 산업디자이너 관점에서 제품과 사용자에 대해 내가 발견한 비밀을 이야기하려 한다. 나도 하나의 관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이너의 특성이라고 할까. 다이소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가 널려 있다.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제품은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이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비밀이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맛도 남다를 것이다.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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