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를 한 번도 안 간 사람이 있을까?
혹시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딱 한 번만 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이소가 자신의 격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위신, 주변의 눈치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각자 삶의 기준이 다르니 다양성 차원에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 다이소는 가면 갈수록 이익인 곳이다. 특별히 필요한 제품이 있어서 갈 수도 있지만, 그냥 별다른 목적 없이도 가는 곳이 다이소다. 지나가다가 눈에 보여서, 약속 시간이 남아서, 그냥 한 번 구경삼아 슬쩍 들어가는 곳이 다이소다. 우리 동네에는 이마트에 다이소가 들어와 있다. 대형 마트와 이마트는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일단 가 보면 뭔가 필요한 제품이 떠오르기도 하고, 물건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 다른 사람은 뭘 사는지 슬쩍슬쩍 훔쳐보는 것도 다이소에 가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저렴하게 제품을 사는 것은 중국 온라인이다.
알리바바나 테무 같은 곳은 배송에만 조금 시간이 걸릴 뿐 가장 저렴한 가성비 제품이 즐비한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종의 뽑기 운 같은 것이 존재한다. 제품을 보고 만지고 난 뒤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곳이 다이소다. 여기는 쇼츠를 보듯이 짧고 짧은 사이클의 제품이 넘쳐나는 중독성이 있다.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니 고객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보통 어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가격이든 품질이든 디자인이든 비교나 고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무분별한 소비는 권장할 바 아니지만 다이소에서는 그 정도 플렉스는 용인된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주는 속 깊은 다이소의 배려가 돋보인다고 하겠다.
합리적인 소비는 계획소비다.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예산을 세우고, 나에게 적합한 수준의 제품 후보군을 정해서 꼼꼼한 리뷰를 거친 후 구매결정을 한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랫동안 써야 하는 제품이라면 누구나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큰돈을 지출해야 하거나 오래도록 사용하는 제품은 모두 이 구매과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나처럼 수염이 얌생이처럼 나는 사람은 굳이 비싼 면도기가 없어도 된다. 일회용 면도기도 정말 오래 쓴다. 하지만 털이 없어도 비싸고 좋은 면도기를 써야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세상은 참 다양한 취향의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튼 합리적 소비라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다이소는 그만의 주력 제품이 있다.
주로 소모품 쪽이거나 가볍게 경험하고 싶은 아이템인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생활에는 그런 제품이 너무너무 많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아주 다양하다. 다이소가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점을 정확하게 캐치했다는 것이다. 욕실을 예로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욕실에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필요하다. 직접 몸에 닿는 위생용품을 제외하더라도 청소 쪽으로만 봐도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물기를 닦는 다양한 청소 용제, 스펀지, 극세사 걸레부터 다양한 크기의 솔의 종류는 계속 늘어난다. 더욱더 세부적인 용도를 위한 청소용품부터 샤워헤드, 리필용 필터, 몸을 씻는 타월 종류로 가면 선택의 폭은 계속 늘어난다.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종류의 제품은 나 같은 사람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지만 우유부단한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미션이다.
다이소는 계속 제품 리스트를 늘린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다양한 사람이 유입된다. 이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하나는 있겠지라는 생각인가 싶다. 그래서 다이소는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적어도 하나쯤은 필요한 제품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그렇지 않은가? 다이소에 가면 꼭 필요한 제품 하나는 구매하게 된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내가 원하는 물건을, 내가 필요로 하는 제품이 딱 전시되어 있다. 여자들은 주방이나 문구코너, 남자들은 공구나 자동차 용품코너에 가면 반드시 하나 정도는 필요했던 제품을 발견하게 되어 있다. 가격도 저렴하니 구매에 큰 부담도 없다. 질은 양을 통해서 나온다고 했던가. 다이소의 구매 전략은 거의 실패 없이 성공한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반드시 물건을 구매하게 한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경험이 된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행동을 유발한다. 하다못해 건전지 하나 정도는 사 오지 않는가. 두면 언젠가는 쓰게 되는 물건은 소위 후크상품이다. 마트에서 계산대 옆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초콜릿, 껌, 구강청결제 같은 것은 없어서 못 쓰지 있어서 문제가 될 게 없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이라면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다이소는 후크 상품으로 매장을 모두 채우고 있는 듯하다. 아주 영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생활제품은 반복적으로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소모품은 꼭 정해진 기간에 재구매가 일어난다. 그래서 컴퓨터 알고리즘이 알아서 소모품이 떨어질 때가 되면 알아서 광고성 정보를 보낸다. 이런 것도 다 알고리즘에 종속된 우리 삶의 단순한 일면 아니겠는가. 쓰고 버리는 제품은 큰 하자가 없으면 쓰던 것을 다시 쓰게 되어 있다. 다이소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한 번의 구매경험은 지속적인 구매를 다시 불러온다. 이왕 온 김에 다른 것도 조금씩 사면서 다이소의 매출은 늘어갔다. 카테고리가 넓어지면서 어지간하면 빈 손으로 들어간 고객이 빈 손으로 매장을 나오는 경우는 희박해졌다. 다이소에서 구경만 하고 빈 손으로 나오는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지 않은가?
또 하나 재밌는 현상이 있다.
다이소는 의외의 물건을 발견하는 성지로서의 경험을 제공해 준다. 원래는 A라는 제품을 사러 갔는데, A와 함께(혹은 A가 없어도) 다른 것을 사게 된다.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진열된 제품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매장에서 깨달았을 뿐이다. 전자레인지용 밀폐용기를 사러 갔지만, 평소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주방용 타이머를 사고, 옆에 있던 달걀 완숙테스트기를 산다. 늘 이런 식이다. 하지만 오히려 즐겁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SNS 같은 곳에서 스쳐가면서 봤던 그 기억의 물건이 내 눈앞에 있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나도 역시 캠핑 코너에서 스테인리스 위스키통을 샀다. 미국 영화에서 마초남들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그 제품이 3,000원인데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벨트에 구멍을 뚫는 빨간색과 노란색의 송곳세트 역시 1,000원을 주고 샀다. 이런 현상을 과소비, 불필요한 낭비 같은 소비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필요해서 샀다고 강변하고 싶다. 스테인리스 위스키통은 두어 달을 썼고, 친구에게 자랑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송곳은 실전에 데뷔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다.
다이소는 그래서 습관이 된다.
내가 지나다니는 동선에 있으면 한 번 정도는 들리게 된다. 생활에서 필요한 제품을 미리 사두지 못해 생기는 불편한 상황은 이제 없다고 하는 핑계를 댄다. 여기에 나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자기 위로까지 더해지면 다이소에 가는 것이 참 재미있는 행동이 된다. 살면서 이런 일이 어디 흔한가. 다이소가 주는 의외의 발견과 신선한 재미는 생활 속 즐거운 이벤트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다이소가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간다. 그냥 그 공간에서 다양한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다이소, 역시 한 번만 가기는 어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