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심리는 신비롭다.
남자 입장에서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아마 같은 여자들끼리도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영원히 비슷한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겠지만 이런 식의 콘텐츠를 통해서 짐작을 해 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은중과 상연을 보고 있노라면 백만분의 일 정도는 그런 감정선을 알 것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남자들의 우정과는 다른, 여자들만의 우정과 애증의 관계를 말이다. 포스터에 나온 선망과 원망 사이라니. 너무 적절하다.
디자인을 하다 보니 포스터의 폰트가 눈에 먼저 보인다.
슴슴한 제목에 폰트 역시 세련된 느낌에서는 멀어져 있다. 드라마의 감정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어린 아역에서 출발하는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는 성인으로 가면서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은중과 상연은 시리즈 드라마치고는 긴 15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인이 된 후 펼쳐지는 둘만의 이야기를 보면 배우 박지현의 캐스팅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도깨비 이후 배우 김고은은 파묘 등을 통해 연기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사한 캐릭터가 반복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배우 박지현의 도전은 좋다.
그냥 얼굴만 예쁜 배우가 아니라 복잡하고 외로운 심리를 잘 표현해 냈다. 극 중 상연의 인생과 왠지 모를 어두움과 외로움, 처연함을 담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배우 박지현이 아닌 상연이처럼 보였다. 이 배우 역시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배역은 모두 강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배우라는 직업은 감정적으로는 참 힘들어 보인다. 타인의 인생을 짧은 시간 내에 표현해야 하니 감정의 기복이나 심리적 충격이 보통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족으로서, 친구나 동료로, 지인으로 나 역시도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극 중 은중과 상연처럼은 아니겠지만, 각자가 나름의 인생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 삶의 힒듬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을까. 드라마는 두 여자 주인공의 관계와 삶을 다루면서 많은 얘기를 쏟아낸다.
개인적으로 상연이 극 초기에 자신을 소개하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상연의 '연'이 제비 '연(燕)'을 쓴다면서 자기는 날라리가 될 거라고 했다. 나도 같은 한자를 이름으로 쓰고 있다. 결국 상연이는 날라리가 되었을까, 나도 지금 날라리로 살아가고 있을까.
배우는 타인의 삶을 연기한다.
그래서 배우들은 아마도 몇 번의 삶을 사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는 것 자체가 부럽지는 않다.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은중과 상연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결국 정해진 결말로 가고 있는 드라마는 13화를 볼 차례다. 어떻게 마무리될지 짐작은 가지만 그 과정이 어떤 식으로 묘사될지는 사뭇 궁금하다.
조금 전 마지막 15화를 봤다.
15화 전체는 거대한 인생의 질문이었다. 젊은 두 여배우가 연기하는 대사와 몸짓에서 배우라는 직업의 가치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