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평가의 대상이다

by 송기연

디자인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디자인은 제품에, 기호나 컬러에, 시스템 등에 녹아서 존재한다. 마치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된 디자인이 잘 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을 평가한다고 하면, 보통 디자인으로 표현된 제품이나 기호, 컬러, 시스템 등을 평가한다는 말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이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제품디자인의 형식이 있는가 하면, 눈으로 보이고 그 의미를 은유적으로 교류하는 상징물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텍스트나 그래픽의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존재의 위치도 실물세계는 물론 0과 1의 형식으로 디지털로 변환되기도 한다. 그래서 디자인은 엄연히 실체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실체 하는 개념은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평가의 기준과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흔히 디자인을 평가한다고 하면 사용성 평가에 국한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많은 제품의 형식으로, 수많은 상징의 형식으로 실재 세계와 디지털 세계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디자인을 몇 가지 잣대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맛은 음식처럼 입으로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한 평가기준 중 하나이지, 모든 공산품에 적용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면 억지스러울까.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그 디자인이 품고 있는 개별콘텐츠에 따라 달라진다. 제품디자인이라고 해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제품이 존재하는가. 작은 이쑤시개부터 비행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사용처와 쓰임새가 서로 다르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자인 결과물은 개별적인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 앞서 말한 콘텐츠라는 표현은 디자인의 결과물과 유사한 개념으로 말했다. 물론, 사용성이라는 개념은 디자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기준이다. 그 어떤 것도 사람에 의해 사용되니까 대부분의 디자인 결과물에는 적용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를 더해보자. 원래 디자인이라는 개념도 깊이, 더 깊이 디테일에 디테일을 더해나가는 것이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여기에서 나온다. 각설하고, 깊이라고 표현한 것은 동일한 디자인 결과물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기준이다. 대표적으로 가격을 들 수 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목적의 가방은 수많은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목적에 따라, 재료에 따라, 가격에 따라, 또 수많은 기준에 따라 '가방'이라고 하는 디자인결과물은 완전히 유사한 것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여성이 선호하는 고급명품가방 역시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디자인방향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출시하는 특정 문화권이나 국가에 따라, 이런저런 기준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분류기준을 가진다. 그러니, 디자인평가라고 해서 하나의 고정된 기준을 가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디자인평가는 여타 물성치에 대한 평가를 하는 인증시험기관과는 다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즉, 디자인평가의 대상이 되는 디자인결과물마다 서로 다른 세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00원짜리 마우스를 평가하는 것과 100,000원짜리 게임용 마우스, 1,000,000만 원짜리 전문가용 마우스는 사용자, 구매자, 사용환경 등이 모두 철저히 다르다. 디자인평가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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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디자인결과물은 모두 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준이 필수적이다. 하나는 디자인을 하게 된 기준이다. 콘셉트라고 하기도 하고, RFP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에 설정한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결과물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디자인적 가치다. 나는 이것을 심미성, 사용성, 상품성이라고 본다. 심미성은 오로지 디자인만이 가질 수 있는 평가기준이다. 사람마다 문화마다 또는 많은 기준이 서로 상이하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움이라는 이 개념은 디자인만이 할 수 있는 평가항목이기에 해야 한다. 다만 이 항목은 가능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역시 이 항목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 해당 디자인결과물에 대한 정보와 시장현황, 경쟁자 수준 등을 고려해서 개인적 미의식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두 번 째는 사용성인데, 심미성과 마찬가지로 공부가 필요하다. 여기서 하는 공부는 평가항목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격, 사용자, 성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분류 때문에 정확한 평가를 위한 합의된 항목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마지막 상품성 역시 디자인에서만 할 수 있는 평가항목이다. 상품성은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자본주의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자인의 결과물은 개인차원의 활동이 아닌 기업이 기본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자와 싸워서 이기고, 경제적 이익을 취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를 돕는 것이 디자인 역할이다. 그래서, 디자인결과물은 이런 상품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특징, 동향, 기술, 트렌드 등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특정 디자인결과물이 가지는 상품성이라는 것은 운도 잘 따라야 한다. 여기에 또 필수적인 것이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자본력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현대 사회에서 홍보와 마케팅이 약하다면 소비자나 사용자에게 닿을 수 없다. 하지만, 디자인평가 단계에서 회사의 재무제표와 외부 투자계획서까지 요구할 수 없으니 오로지 디자인결과물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모든 디자인평가는 많은 현장경험과 다양한 개발을 경험한 전문가의 몫이다. 이론만으로도 부족하고, 현장경험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디자인을 평가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디자인결과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처음 기획대로 잘 진행되어서 나온 결과인지, 이후 후속제품이 나온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은지 현재는 어떤 장점이 잘 표현되어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은 이후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포인트로 잘 작용할 것이다. 현대는 무한한 경쟁사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디자인결과물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는 동료디자이너의 결과물에 대해 애정 어린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긍정적인 입장에서 하는 평가와 부정적으로 꼬투리를 잡기 위해 하는 지적은 하늘과 땅 차이다. 디자인평가의 목적은 당연히 전자다. 디자인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품은 결과물이 보다 좋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보듬어 안는다는 마음으로 평가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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