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디자인단이 국민정책디자인단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서비스디자인 방법으로 국민이 정책의 과정에 참여하고 만들어내는 취지입니다. 행안부의 국민정책디자인단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누구나 디자인하는 시대가 되고, 전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비 전공자와 함께 공무원들도 디자인을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디자인이란 개념이 서로 다르게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잘 된 디자인은 무엇이냐고. 결과물만 가지고 디자인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목적에 어떤 편익을 위해 누군가를 위한다는 문제 인식이 첫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디자인은 도구입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디자인 그 자체보다는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필요에 의해,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디자인을 누가 바라보고 인식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수행하는 전업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본인인 딱 필요한 만큼, 원하는 곳에 적절히 활용하면 됩니다. 요리는 누군가에게는 직업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즐거움, 누군가에게는 일상, 또 누군가에게는 고통일 수 있습니다.
공무원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아니, 디자인 마인드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근래 국민정책디자인단 혹은 혁신담당자들은 디자인씽킹이나 서비스디자인을 많이 접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도 전국 지자체 및 중앙정부에서 기획한 행안부 주도 국민정책디자인단 컨설팅과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대부분 서비스디자이너와 함께 혹은 주도하에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여의치 않은 사정 등으로 인해 공무원 스스로가 서비스디자이너의 역할을 수행하고 보고서까지 도출하는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의외로 유연하고 폭넓은 사고방식을 지닌 많은 공무원 담당자들과 보고서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짧은 기간 한정된 예산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그렇지 않은 프로젝트가 존재하겠습니까)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했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몇 가지 주제로 정리해보면 공무원에게 필요한 디자인 마인드 및 방법론은 아래와 같지 않을까요.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는 애매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해오던 보고서 작성에는 일가견이 있겠지만, 짧은 시간 판단을 위해서는 서비스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각 단계 별로 명확하게 진행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것을 몇 장 안 되는 짧은 보고서로 판단하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필요합니다. 바로 단어의 사용입니다. 이해하기, 발견하기, 정의하기, 발전하기, 전달하기의 각 단계는 이미 통용된 표현입니다. 또한, 이해관계자, 고객 여정 맵, 터치포인트, 블루프린트 등 서비스디자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을 보고서에 녹여야 합니다.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해관계자인 국민과 서비스디자이너, 전문가, 공무원 등이 '모두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럼 남는 것은 "문제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방법이나 프로세스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문제정의입니다. 방향이 달라지면, 해결로 가는 결과는 엄청나게 다른 곳으로 도착할 겁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면 진행과정과 결과 역시 명확하고 눈에 잘 뜨일 것입니다.
그 외에 전달하는 방법이나 실무적인 보고서 작성하는 방법 등이 있겠지만, 위 큰 2가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고서를 보는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지방비와 국비가 매칭 되는 행안부 사업에서는 이게 많은 영역에서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통한 기획, 제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초, 광역지자체 등에서는 서비스디자이너를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디자인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디자인을 공무에도 적용하는 때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슈퍼 디자이너라고 해도, 실현된 디자인 문제 해결을 정책으로 옮길 공무원의 디자인 마인드가 부족하다면 사상누각이 될 것입니다. 공무원들에게 전문적인 디자인 스킬이나 의미를 함양하라고 요청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다만, 공무원들이 그들의 행정을 더욱 국민 중심으로 설계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 디자인 마인드를 함양하는 것은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아니, 짧은 시간 더욱 국민친화적인 정책을 위해서는 디자인만 한 방법론을 찾기 어렵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수요자가 되어보는 것. 수요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여기에 전문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인사이트와 표현능력, 빠른 프로토타입 제작 등이 함께 한다면 Public Service는 본연의 목적에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