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너무나 똑똑합니다.
우리는 학력이 높고, 지식이 많을수록 효율적인 행동을 합니다. 현명한 판단이지요. 최진기 선생의 유튜브 영상을 먼저 보시면 젊은이들이 꼭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영상을 보시면, 젊은 사람이라고 비유를 했지만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예로는 '팀 작업'을 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희생하고, 누군가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이나 과제뿐만 아니라 이런 흐름은 사회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령,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합시다. 근래 디자인은 융합, 다학제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생깁니다. 팀 작업의 악몽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기간이나 규모를 떠나서 우리는 합리적으로 일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나보다는 타인이 좀 더 움직여주고, 좀 더 일해서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보통은 여러 사람들이 각자 맡은 영역의 일을 어느 정도는 진행됩니다. 어떤 형식으로든지요.
그러나, 몇몇 경우를 보면 팀 작업에서도 얄미운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너무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요. 이런 경우는 보통 학습된 이기심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분명히, 유사한 경험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 기회를 통해서 '오호, 이것 봐라'하는 마음이 생겼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대학, 직장, 개인, 사회 등 다양한 곳에서 암약하고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일부터 아주 중요하고 큰 일에까지 그 영역은 넓고 방대합니다.
교수들은 별 노력 안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결과를 잘 내주길 바라고
학생들은 별 노력 안 하지만, 우수한 교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지도를 잘해 주길 바라고
사장들은 별 노력 안 하지만, 우수한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실적을 잘 내주길 바라고
직원들은 별 노력 안 하지만, 우수한 임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운영을 잘해 주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진행되는 데에는 누군가 "선의의 비합리적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본인은 약간 손해 보더라도..라는 생각이 없다면 학생의 결과가, 교수의 지도가, 직원의 실적이, 임원의 결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똑똑합니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모든 세상의 일이 그렇듯이 조사하고 분석해서 전략을 정하고 콘셉트를 수립하는 일련의 일들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생각보다 더디거나, 의도보다 결과가 좋지 못하거나 하다면 다른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본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습된 이기심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을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물어봅시다. 내가 못 보는 것, 내가 모르는 것 하나하나가 타인의 눈에는 아주 잘 보일 겁니다.
합리적인 행동과 최소한의 투자는 경영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기심만 가지고 있다면 일의 진척이나 품질은 어림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디자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사공만 많아지는 경우가 존재하는 대부분이 이런 케이스일 거라 감히 자부합니다. 나의 똑똑함이, 나의 현명함이 나 못지않게 동료와 파트너로도 향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