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고민해드립니다

by 송기연

사례 1

언제부터인가 잇몸이 아픕니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조금씩 프던 것이 이제는 양치할 때 피도 나옵니다. 치과 쪽은 키우면 큰돈 든다는 생각에, 반차를 내고 회사 근처 치과에 가서 정확한 진료를 받기로 결심합니다.


사례 2

연말정산 기간이 됐습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왠지 숫자가 들어가는 일은 어렵고 난해합니다. 들어도 그때뿐이고 매전 헛갈립니다. 남들은 절세를 잘도 하던데 하는 생각 중에 세무사를 찾아가 상담해보기로 합니다.


사례 3

거래업체와 일을 하다가 생긴 작은 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정확한 납기와 품질에 대해서 서로 다른 말을 하니 속 터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는 했지만 손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법적으로 손해배상이나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관련 영역 전문 변호사를 수소문해서 소개받고 상담하기로 했습니다.






위 사례들은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본 아주 일상적인 고민거리들입니다. 해당되는 개인이 시간이 충분하고, 삶의 여유가 있다면 고민하거나 해결해야 할 영역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분야 전문가를 찾아갑니다.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알아보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을 택합니다. 누구나 그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심각하게 하는 고민이 전문가 입장에서는 그리 큰 고민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민의 종류나 과정, 전체 고민 기간, 그 기간 이후 내려지는 해결은 신뢰할만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1. 디자인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2. 디자인을 스스로 공부하고 익혀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3. 전문가를 찾습니다.

4. 디자인 고민을 전문가가 대신합니다.

5.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을 전문가가 제안합니다.

6. 최대 2가지 중에서 협의와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적용합니다.



이 1~6번이 디자인 프로세스의 큰 줄기입니다. 전문가는 의뢰인보다 훨씬 분야 전문가입니다. 고민의 종류와 기간, 과정은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거기에 따른 해결방안 역시 의뢰인 입장에서는 최선일 겁니다. 여기에는 예산이라고 하는 변수가 있긴 한데 이 건 다음 글에서 한 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민을 대신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인만큼 그에 못지않은 해결방안도 전문가가 도출해내야 합니다. 아주 많은 해결방안을 제시해놓고 마지막 선택을 의뢰인에게 넘기는 것은 정말 책임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들에게 이른바 들러리 해결방안(주로 디자인 시안) 숫자를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고민을 했으면 그에 대한 결과인 해결방안 역시 자신감 있게 내놓아야 합니다. "치과 잇몸치료를 위한 3가지 시술(수술 포함)이 있으니, 환자가 선택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이 들립니다.


최대한 2가지가 맥시멈 같습니다. 뭘 선택해도 괜찮은 2가지 해결방안이 나오겠지만, 제일 좋은 것은 딱 하나입니다. 2가지까지 가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그중에서도 이게 이런저런 조건 하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디자이너의 의견은 강력하게 뒷받침되어야겠지요. 디자인은 보기에 따라 많은 의견이 존재합니다. 하다못해 개인적 취향이나 경험에 기반한 의견이라도 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더 전문가의 의견에는 힘이 실려야 합니다.


고민을 대신해주는 것은 어떤 영역에서든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게 디자인 고민이라면 더욱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의뢰받는 일이니까요. 다각적인 시각에서 잘 살펴보고, 그 과정이 녹아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어렵지만 멋들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고민거리가 산재합니다. 함께 고민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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