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짜장면

by 송기연

서민음식의 대표 격인 짜장면.

지금은 다양한 경제지표가 있지만, 서민음식을 대표하는 짜장면 가격은 물가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였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은 누군가에는 한 끼 식사이지만, 70년대생에게는 졸업식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먹거리가 많아진 지금은 그 위치가 다소 달라졌지만, 아직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햄버거 대신 짜장면이나 간짜장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짜장면은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류가 나름 있습니다. 일반 짜장면과 간짜장, 해산물을 넣은 삼선짜장,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 유니 짜장과 쟁반짜장에 고추짜장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짜장밥과 함께 인스턴트 라면 종류와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한우 짜파구리 등 찾아보면 응용 버전이 엄청납니다.


가격은 어떨까요.

인스턴트 짜장라면에서부터 일반 짜장, 간짜장에서부터 호텔 중식당 짜장면에 이르기까지 가격을 찾아보면 한 그릇에 약 33,000원이 가장 비싼 짜장면이라고 하는군요. 한우 등심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짜장면은 보편적으로 서민음식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식사의 대명사입니다. 수중에 있는 지갑 사정에 따라서 그날 점심메뉴가 결정됩니다. 짜장면 예산이면 짜장면 이내에서 해결하면 됩니다. 맛에 진심인 미식가가 아닌 다음에는 그냥 한 끼를 때우는 정도면 되지요. 그러나, 본인이 아무리 미식가 기질이라고 해도 주머니 속 사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자인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인 디자인이 잘 됐는지 어떤지 물어보면 답할 재간이 없습니다. 최초 어떤 기획과 의도, 콘셉트와 예산, 목적 등 다양한 조건들이 설정되었을 거고, 거기에 맞게(합목적) 디자인되었다면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만합니다. 단순히, 슬쩍 보고 난 후 스타일링이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굿디자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건 좀 애매합니다.


수중의 예산이 짜장면 정도라면 짜장면 이하에서 목적을 찾아야 합니다. 더 비싼 요리가 먹고 싶어도 현실적인 자원의 한계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6천 원의 예산으로 한우 일품을 먹을 수도 없고, 왜 짜장면에서 한우 일품의 만족도를 주지 못하냐 힐난할 수도 없습니다. 디자인은 많은 제약과 특정한 콘셉트와 목적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목표는 한우 일품이지만 디자이너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예산과 기간, 제반 여건들이 짜장면 수준이라면 짜장면 선에서 식사를 예상해야 합니다. 초기 Understanding기간 동안 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과 마무리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깁니다. 디자이너 역시도 프로젝트의 제약조건인 예산과 기간, 제공조건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눈과 표현할 수 있는 표현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능력 있고 센스 있는 디자이너를 만나 일반 짜장면 조건임에도 간짜장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이 얼마나 쾌재와 고마운 인연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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