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디자인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디자인이 눈에 보이는 형태는 제품의 외관, 상징물 등으로 드러난다. 도드라지게 세련된(?) 형태, 색상, 편집은 짐작컨대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구매자도 자극하고, 사용자의 만족도 이끌어낸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의 영역이 앱, 웹, 프로그램, 정책 등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눈에 봐서 디자인을 알아보기 쉽지 않다. 또한, 디자인도 수준이 나눠진다. 상향평준화된 기준에서 보면, 언뜻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 디자인은 어디서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제품이나 서비스 등은 디자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이다. 디자인은 필요에 의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준다. 결과론적 얘기뿐만 아니라, 초기 기획단계에서도 디자인 관점에서 보는 시선도 포함된다. 마치 공기처럼 여기저기 존재한다. 결코, 겉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있지만 드러나지 않으며, 존재하나 따로 놀지 않아야 한다. 어렵다.
디자인의 대상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중요하지 않다. 디자인을 어느 특정 단계, 표현에만 한정되지 않다 보니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어디에나 잘 녹아들어야 한다. 마치 물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 같은 유체는 (물론, 여러 가지 세부적인 특징이 있겠지만) 통상 그것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또한, 물은 온도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로 존재할 수도 있다. 산업적 분류도 상수, 중수, 하수로 나눌 수 있으며, 목적에 따라서는 식음, 공업, 농업 등 그야말로 수천 가지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은 몸에서 수분이 아주 중요한 생명을 유지시키는 요소다.
이처럼 디자인은 아주 가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외형만이 디자인이 아니고, 운영체제와 응용 어플에도 존재하고, 사용자와 주고받는 운영체계에도 존재한다. 물질적으로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무형적인 서비스 정책디자인에도 디자인은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 존재한다. 그래서, 현재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디자인을 주요한 본인 직업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디자인의 현대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다. 과연, 디자인의 영역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라고 하는 근원적 질문에서부터, 근래 서비스디자인은 과연 디자인 인가 하는 현실적 질문에 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각 대학에서 진행 중인 전공수업 역시도 이런 개념의 전제 없이는 교육의 의미를 찾기도 불가능하다.
시대는 바뀌고, 지금도 바뀌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개념 역시도 계속 바뀔 것이다. 현재,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디자인에 대한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지 못한다면, 이 혼란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경계의 애매함과 불확실성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한 번 찬찬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