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안과 밖에서

보육교사와의 관계

by 시현

조리실안에 처박혀 있지만 조리사인 나는 그 안에서도 원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 수 있다.

음식으로 샘들을 기분 좋게 만들면 된다.

손이 가긴 하지만 남은 채소에 고춧가루를 넣어 무쳐주고, 아이들께 나가고 매운 양념을 더해서 제육볶음을 해주기도 한다.

늘 매콤한 음식에 목말라 있는 어린이집 샘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떡볶이다.

교사회의가 있거나 행사준비로 야근을 하는 날에

떡볶이를 해서 만두와 내어주면 샘들은 특유의 과장된 제스처(엄지척과 손하트)로 답한다.

채소나 지원과일이 남아돌 땐 샐러드를 해서 냉장고 정리를 겸한다.

이런 부가적인 일은 급식의 완성도를 높이고 난 후,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지 않는 메뉴라야 한다는 선을 정해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가끔은 사비로 미니 햄버거나 샌드위치 같은 특별한 간식을 해 줄 때도 있다.

샘들에게 해줬던 특별한 간식

보육교사의 고된 업무야 내가 덜어줄 수 없지만,

응원의 마음을 음식으로나마 전하고 싶어서다.


보육교사와 좋은 관계가 되는 건 조리사의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조리사의 수고를 헤아리며 식판정리에 신경을 쓰고 소소한 실수는 가벼이 넘겨준다.

또한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르친다.




하지만,

조리사가 보육교사한테 한없이 푸근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서도 안된다.

한마디로 좀 깐깐해질 필요가 있다.


급식의 관점에서 보자.

보육교사는 배식을 하며 조리사가 만든 음식을 최종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해 준다.

이 과정에서 조리사가 만든 음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실제로 내가 음식을 만들면서 기대했던 그림과는 다른 배식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국에 말아 씹을 시간도 없이 떠먹이는 샘,

입 주변과 옷에 묻을까 봐 카레나 짜장소스를 조금만 넣어서 허옇게 비벼주는 샘,

자신의 식판에 지나치게 많이 담고 아이들 건 조금만 주는 샘 등

편의 위주로 배식하는 샘들이 적지 않다.


물론 보육교사는 아이의 발달과 특징 배식요령 주의할 점 등을 숙지하고 있지만,

그것 말고도 복잡한 심리적 상황에 놓여있어서다

옷에 뭐 묻는 걸 싫어하는 엄마도 신경 써야 하고, 아침을 못 먹였으니 많이 먹여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아야 하며,

특별활동이 있는 날은 점심을 빨리 먹여야 해서 마음이 바쁜데,

지지난 달 급식사고로 인해 아이들 먹는 모습도 더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보육교사를 도우면서도 견제할 방법이 필요하다.

조리실 안에만 있는 조리사가 조리실 밖으로 나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조리실 밖으로 나와서 교실로 들러가 보육교사와 잠시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를 침해받는다고 느끼는 보육교사가 있을 땐 쉽지는 않다.

이 팀플레이를 성공시키려면 조리실 안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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