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실 수납과 정리
공간이 나눠지기는 했지만 조리실이 좁은 건 아니었다. 대형 냉장고 한대와 김치냉장고까지 따로 있고,
식수에 비해 싱크대도 그리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였다.
그럼에도 이전 조리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조리실도 바꾸어야 했지만 조리사의 위상도 한참은 끌어올려야 했다.
원장에게 조리실에는 급식조리에 필요한 것들만 두어야 한다고 미래 얘기하고,
싱크대 수납장에 있는 것 중 조리에 필요 없는 물건들을 모두 빼냈다. 두 박스가 나왔다.
낡은 조리도구는 이때가 아니면 또 버릴 수 없기에 모두 찾아내어 버리고 새것으로 주문하였다.
자주 쓰지 않는 큰 곰솥과 김장용 스텐다라이는 창고로 옮겨서 가능한 주방공간을 비워 두었다.
싱크대 수납은 자주 쓰는 물건을 꺼내기 편한 위치에 둔다는 기준으로 배치하면 된다.
가열대를 기준으로 오른편 상단에는 일회용품 하단에는 실온보관 양념을,
왼편 상단에는 건조식품과 소형가전
하단에는 찜기 스텐볼 채반을,
개수대 아래에는 세척과 관련된 것들을 두었다.
가열대 아래 싱크대는 자주 사용하는 국냄비 프라이팬 궁중팬을 두어야 조금이라도 동선을 줄이고 무게에 대한 수고를 덜 수 있다.
프라이팬을 세워서 정리하는 것이 좋긴 한데 높이가 나오질 않아 2단 정리대를 이용하였다.
원장에게 질 좋은 프라이팬과 웍이 필요하다고 몇 번을 강조했더니
"설마... 휘슬러를 사 달라는 건 아니겠죠?"
라고 했다.
"... 그 정도는 아니고.... 통 5중으로 된 알텐바흐 제품을 써왔어요. 팬과 웍을 합해서 10만 원 정도 되는데, 이제까지 그 정도는 다 사주셨거든요."
"네 알겠어요. 링크 보내주세요."
"잘 관리해서 쓰면 1년 정도 쓸 수 있을 거예요."
팬과 웍을 겸해서 쓸 깊이감이 있는 팬도 작은 것으로 구입했다. 식식 인원이 적어도 모든 조리는 동일하니 석식용이 따로 필요하다.
이 자리에 잘 쓰지 않는 스텐다라이 3종을 두었다니... 나로서 안타까웠다.
너무나 당연한 그림인데 가열대밑에 냄비와 펜을 두지 않고 곳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제발 이것부터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
실온보관양념은 가장 자주 쓰는 것이며
순회점검 때도 빠지지 않고 체크하는 곳이기에 정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실온보관 양념은 그 종류가 많고 소금부터 식용유까지 용기의 크기가 다양하여 상부장보다는 하부의 서랍형태에 두는 것이 좋다.
주방 싱크대를 제작할 때 하부장 한 칸을 서랍형으로 하면 좋지만, 서랍이 없을 경우 슬라이딩선반을 부착할 수도 있다.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양념통은 손잡이가 있어서 슬라이딩선반에 두고 쓰기에 편리하다.
냉장보관 양념이 있는 냉장고의 위치가 가열대와 너무 먼 것이 이곳 주방의 문제 중 하나였는데, 마주 보고 있던 냉장고 방향을 돌여서 그나마 동선을 줄였다.
푸드쇼케이스는 둔탁한 냉장고 문을 여는 부담스러움을 덜어주는 기능이다.
나는 교사들이 쓰고 있던 푸드쇼케이스를 접수하고
교사용이라 써붙인 큼지막한 바구니 하나를 냉장고 안 상부 쪽에 두었다.
푸드쇼케이스에 자주 쓰는 냉장보관 양념을 두면 수고를 조금 더 덜 수 있다.
원장에게는 before와 after를 그때그때 비교해서,
전과 나아졌음을 꼭 짚어주는 것이 좋다.
원장은 늘 바쁘므로 식사와 간식을 건넬 때,
혹은 커피나 물을 마시러 주방에 들어올 때,
나는 방금 생각난 것처럼 가볍게 얘기한다.
"맞다, 이거 보려 드렸나요 원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