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호감과 신뢰를 얻어야

by 시현

내가 가장 먼저 장바구니에 넣는 것은 언제나 조리용 니트릴장갑이다.

조리용 장갑은 코로나 이후 조리 시 필수사항으로 바뀌었는데, 크고 작은 부상으로부터 조리사의 손을 보호하는데도 유용하다.

라텍스장갑은 신축성이 뛰어나 손에 밀착되긴 하지만 잘 찢어지고, 니트릴장갑은 가격은 저렴한 반면 밀착되지 않아 칼질할 때 종종 끝부분이 잘려 나간다.

둘 다 손목 부분이 짧아서 세척할 때 물이 들어가곤 하는 게 문제였다.

글러브온 제품으로 만원정도 한다

많은 제품을 써보고 내가 정착한 제품은 이거다.

다른 니트릴장갑에 비하면 조금 비싸지만 두께감이 있고 손목 부분이 길어 세척 시 고무장갑 대용으로 써도 좋다.

가끔 칼질에 잘려나가도 색깔 때문에 금방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손맛"도 이런 장갑쯤으로 여귀고 손맛을 장착한 조리사가 들어오면 급식이 맛있어진다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

관계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조리사의 손맛과 아이들이 먹는 급식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좁혀 나갔던 나의 계산들 써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 조리실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좋은 급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실로 바꾸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먼저 좋은 급식을 보여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차이를 느끼게 해서 호감과 신뢰를 얻어야 변화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근 첫날 메뉴는 얼갈이된장국에 순살닭튀김과 과일샐러드였다.

"첫 주는 급식담당샘이 발주를 해놨는데 조리사님이 추가할 거 있으면 더 하셔도 돼요."

출근 이틀 전에 조리실 상태를 보러 원에 잠시 들렀을 때 원장이 말했다.

"네, 확인해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추가로 발주할게요"

보나 마나 닭분쇄육을 튀긴 치킨너겟을 주문했을게 뻔했다.

알려준 발주앱에 들어가 닭다리살과 감자전분, 달걀과 국 간을 맞추는데 필요한 어간장을 담고 보니 구매목록에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과일샐러드에 쓰려고 한 것 같은데,

방울토마토는 마요네즈에 묻히면 수분과 껍질 때문에 잘 버무려지지 않는다. 당연히 맛도 별로다.

과일샐러드의 과일은 사과나 단감 바나나 키위 딱딱한 복숭아 멜론 샤인머스캣 등이 적당하다.

나는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방울토마토를 빼고 제철인 멜론을 추가했다.



"정말 닭을 튀기시는군요! 첫날부터 감동이에요.

과일샐러드에 방울토마토 대신 멜론을 넣으신 것도 센스 있는 선택이시고요."

내 의도대로 원장은 호감을 드러냈다.


이 작은 호감을 바탕으로

조리에 직결된 것부터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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