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는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는 시간
"으음, 맛있는 냄새.... 아 배고파...
조리사님, 맛있는 냄새가 나요..."
이곳을 들어오기 전에 장기 대체조리사로 3개월 일한 적이 있는데 근무한 지 일주일즈음 됐을 때
한 샘이 조리실을 지나가면 말했다.
... 맛있는 냄새라... 뭐지?
매일 이 시간이면 났을 냄새에 왜 이리 호들갑인가 싶었다.
"... 뭐 이 시간이면 늘 이 냄새가 났을 거 아니에요..."
"그랬나?... 아닌데.... 그전에는 이 냄새가 아니었는데... 분명... 이런 맛있는 냄새가 아니었어요."
이 어린이집에서도 일주일즈음 되자 똑같은 말이 들였다.
"맛있는 냄새난다.... 오늘 뭐지?... 아 배고파"
아이들과 샘들이 조리실을 지나가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한 마디씩 하고 갔다.
뭐가 맛있는 냄새인지 조리를 하는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지난번 어린이집에서도,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전 어린이집에서도 그 얘기는 똑같았다.
"얘들이 자꾸 맛있는 냄새가 난데요. 작년엔 한 번도 그런 말 안 했던 것 같은데..."
조리실옆에 붙어 있는 반의 샘들은 하나같이 얘기했다.
그리고 보니 조리실옆에 붙어있는 반아이들이랑 내가 유난히 친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점심을 조리하는 과정을 복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쌀을 씻어 밥솥에 올려놓으며 나의 조리는 시작된다.
팬에 살짝 덖은 국물멸치와 다시마 자투리채소를 넣어 육수를 끓이는 것이 두 번째 작업이다.
그다음 채소를 전처리를 하고 사이드 반찬을 만드는데 나물에 넣는 참기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가격 때문에 국산참기름은 쓸 수 없지만 참깨분말이 아닌 통참깨로 짠 참기름을 사용한다.
참깨분으로 짠 참기름은 고소한 향이 덜하고 끝맛이 깔끔하지가 않으니, 원재료를 꼭 확인해 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멸치육수가 다되면 재료를 넣고 간을 맞추는데 0.4 정도의 염도제한 때문에 감칠맛을 잘 써야 한다.
된장국은 된장과 어간장, 맑은 국은 소금과 어간장을 8:2 정도로 같이 쓰면 심심하면서도 국맛이 좋아진다.
본격적인 맛있는 냄새는 이제부터이다.
밥통에서 김이 올라오고 밥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먼저 카트에 반별 배식 세팅을 끝낸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모두 써서 마지막 메인찬 조리를 한다.
메인찬은 대부분 육류채소볶음이고, 두부나 달걀요리 그리고 가끔 생선이 있다.
일단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 마늘향을 낸 후,
불을 올려 썰어놓은 채소를 한 가지씩 넣으며 볶는다.
여러 가지 채소가 익으면서 달큰한 향이 나면 익은 채소를 가장자리로 밀고는 팬 중앙에 고기를 넣고 볶는다.
고기의 표면이 살짝 익고 누린내가 날라가면 간장등 양념을 넣고 뒤적거리며 충분히 익힌다.
마지막에 넣은 대파가 익으면 참깨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채소와 고기에서 나오는 수분이 최소화된다.
단체급식의 조리는 수분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재료를 함께 넣고 뭉근한 불에 뚜껑을 덮어서 조리하면 타거나 눌지 않으니 조리사는 불 앞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
일은 아주 쉬워지지만 그리하면 모든 볶음은 찌개가 되어버린다. 국물은 버려지고 건더기는 맛이 없다.
왜 이전에는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았는지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맛있는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물건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전처리한 재료들을 썰어 작은 스텐볼에 각각 담아두었다가 센 불에 하나씩 넣으며 지지고 볶아내는 나는 여러 개의 스텐볼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의 냄새가 어우러져 조리실을 넘어가면 맛있는 냄새가 되는 것 같다.
급식이 맛있는 이유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는 시간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