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혼 얘기가 나왔을 때 나만 할 말이 많았다.
그러다가 중대한 이혼사유가 없다는 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라는 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사안마다 너만 그런 줄 아냐 실은 나도 그랬다로 나오자 결국 쌤쌤이 되어갔다. 그렇다고 멀어진 마음이 쌤쌤이 되어 돌아 오진 않았다.
갈등이 주는 분노와 우울보다 가족으로 묶였을 때의 이로움이 아직은 크다고 그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나는 환경을 바꾸어서 몇 년 더 살았다.
결론은 같았다.
두 번째 이혼 얘기는 간결하게 끝났다.
그와 나는 더 이상 과거를 얘기하지 않았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서로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과 능력, 기대치가 대체로 일치하여 긴말이 필요 없었다.
그와 나의 고민은 다른데 있었다. 귀책사유나 위자료, 재산분할이 아니라 아이한테 언제 어떻게 잘 알리냐는 거였다. 당시 지홍이는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언듯 보면 우리는 썩 괜찮은 가족의 모습이었으니까.
이혼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숙려기간에도 나는 이혼을 접할 아이에 대한 생각만 했다.
갑자기 떨어지는 수준의 격차와 갑자기 혼자가 돼버린 것 같은 정서의 격차를 어떡하면 줄일 수 있을까?
그때 난 이혼이 사건이라고 생각했기에 완화시켜 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뚜앙이의 감기로 동물병원에 갔다.
"이제 뚜앙이 닮은 예쁜 새끼도 볼 수 있겠네요."
뚜앙이를 새끼 때부터 보아온 수의사가 약을 건네주며 말했다.
"새끼요?"
"네에, 개들도 젊을 때 나아야 좋아요. 그래야 어미도 건강하고...."
"아아..."
"뚜앙이 새끼 보고 싶으면 미리 알려 주세요"
" 아... 예..."
뚜앙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면서 뚜앙이의 새끼를 상상해 보았다. 꼬물꼬물 새끼들이 뚜앙이의 젖을 물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니 내가 찾고 있는 퍼즐조각이 되어 줄 것 같았다.
'그래 뚜앙이가 새끼를 낳으면 지홍이도 당분간 외롭지 않을 거야.'
그래서 몽이는 12월 16일 내 이혼과 함께 태어나게 된 것이다.
처음 두 마리가 있다고 했던 뚜앙이의 뱃속에는 어쩐 일인지 몽이 하나만 남았다고 했다. 결국 몽이만 태어났다. 뚜앙이는 바로 어미가 되어 젓을 물리고 몽이를 돌보았다.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몽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게 된 건 가슴 뭉클한 일이었다.
지홍이도 그런 듯했다.
그는 몽이가 태어난 뒤 2주 있다가 짐을 챙겼고, 뚜앙이 모녀와 우리 모녀 이렇게 넷은 한 달 후에 이사를 했다.
여기까진 내 각본대로 되었다.
내 각본에는 몽이를 키울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몽이는 단역 아니 산고를 치른 주인공 엄마가 잠시 안아보게 되는 보에 싸인 아이에 불가했다. 이름정도만 기억하고 아쉽게 헤어질 스토리로 나와의 인연이 설정되어 있었다.
몽이가 태어난 지 세 달이 지났다. 분양을 하던 지인에게 주던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런데 지홍이가 몽이의 분양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같은 동네 사는 이모가 키우는 것도 안 된다며 울고불구했다.
설득과 회유를 해봤지만 도무지 막무가내였고,
한 주 한주 지나다 보니 그렇게 6개월이 되었다.
애초에 지홍이의 마음을 달래려고 온 몽이였으니 걔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 떠나보내는 건 불가능한 설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의 대본에 없는 몽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