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이가 내 감정영역으로 들어왔다

by 시현

몽이를 병원에 두고 집에 들어오면서 소주를 한 병 사 왔다. 그 전날 마신 술도 해독되지 않을 시간이었다.


몽이의 느낌이 계속 남아 있었다. 평소 느낄 수 없는 부드러움이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고개는 한쪽으로 기운채 간신히 좌우로 움직였다. 양쪽눈은 딱 봐도 달리 보였고, 짖고 싶어도 짖을 수는 없는 듯했다.

이제껏 몽이에게서도 다른 개들에게서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저 상태라면 반려견으로서 존재이유가 없어지요."

수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어제부터 설명할 수 없었던 당혹감이 그나마 가셨다.


"오늘 치료 중이라도 죽을 수 있어요. 마음의 준비 하셔야 요."

수의사의 마지막 말이 차라리 희망적으로 들렸다.

..... 여기까지다 몽이와의 인연은... 내 품에 다시 오지 마라... 그래 내가 모든 원망 다 받을게....

소주를 한잔 삼켜 넣고 반려견 장례식을 검색했다.

... 기본형 25만 원, 프리미엄 35만 원.....

뭐가 기본이고 뭐가 프리미엄인진 궁금하지 않았다.

비동행형... 동영상 전송....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는 달짝지근했다.

뚜앙이가 꼬리를 치며 내게로 왔다. 뚜앙이를 안았다.




전날 늦게 잠든 것 같은데 지홍이가 일찍 깨서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몽이는? 몽이는 어떻게 됐어?"

나는 아침에 응급실에 있는 몽이를 동물병원에 옮기고 의사와 나눈 얘기를 해 주었다.

수의사의 마지막 말을 전하자 지홍이는 몸을 말아 좌우로 흔들며 통곡에 가깝게 울기 시작했다.

슬픔이 저리 바로 들어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는 슬픔이나 기쁨이 침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침대에서 한차례 울고 거실 바닥에서 뒹굴며 또 한차례 울었다. 그러더니 몽이를 봐야겠다며 병원에 다녀와서는 한 번 더 울었다.


겨우 진정된 지홍이와 프렌치토스트를 한 조각씩 먹는 걸로 점심을 대신했다.

지홍이와 나는 몇 시간째 아무 말도 없었다.

음소거된 영상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기만 했고 간간히 뚜앙이 짖는 소리만 허공에서 부서졌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나를 말하게 하고 움직이게 한 건 몽이였다.

"몽이야 너 여기 또 오줌 쌌어? 청소해 놨더니...."

"아이고 나 좀 따라오지 마라 몽이야."

"몽이야 너 또 뒷베란다 나갔지?"

몽이가 없으니 뚜앙이에 대한 감정도 이상하리만치 냉랭해졌다.




몽이의 부재를 점점 실감하게 됐을 무렵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몽이가 강직증상이 호전되었으니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다.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지홍이와 병원으로 향했다.

몽이는 정말 약간의 호전을 보였다. 튀어나올 듯 힘주고 있던 한쪽 눈이 좀 나아졌고 침 흘리는 증상은 없어졌다. 몸은 여전히 처진 상태였다. 오는 차 안에서 지홍이의 품에 있는 몽이의 고개는 또 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몽이가 나의 감정영역으로 들어왔다.


낑낑대며 긁고,

발에 치일 정도로 졸졸 따라다니고,

사람만 보면 앙칼지게 짖어대고,

뭐 좀 할라치면 끼어들고,

눈치 없이 앵기고,

간식 줄 때 손가락까지 물고,

겁나 많이 처먹고,

청소 끝내놓으면 돌아다니며 똥 싸놓고,

나 출근하면 재활용쓰레기통 뒤지고,

이런 몽이가

그랬던 몽이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늘 힘을 주고 있던 앞발은 힘이 빠져 랑말랑했다.

애기처럼 되어버린 몽이가 내 마음에서 다시 태어났다.




몽이가 귀환하자 다시 집이 떠들썩해졌다.

나는 평소처럼 몽이와 뚜앙이의 말풍선을 만들었다.

몽이: 이 생활도 괜찮는데 갑자기 겁나 잘해주네.

뚜앙이 :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왜 자꾸 몽이만 다보지

몽이: 엄마 청소기 돌리네. 아 저거 따라다니면서 짖어줘야 되는데..

뚜앙이: 왜 몽이 소리만 들리는 거야 나는 뚜앙이라구!


"크크크 엄마 딱 맞아"

지홍이가 재밌어했다.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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