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은 자신이 목격한 것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무게를 두며 다소 호들갑스럽게 얘기했다.
"주방에서 띠띠띠 소리가 나서 들어와 보니까 냉동실 서랍문이 열여 있는 거예요. 연휴 6일 동안 열여 있었던 거잖아요.... 안에 있는 식재료는 상했을 거고.... 근데 열여 있는 문을 누군가 무심코 닫았다.... 그리고 조리사님이 그걸 모르고 그냥 사용했다 이러면어쩔뻔했냐고요... 급식사고예요... 생각만 해도...."
'그범인은 바로 원감이라구여!!'
나는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중에 도우미샘 말에 의하면 얼굴이 하얘져있었다고 한다.
내가 얼굴이 하얘질정도로그 순간 참은 이유는결론을 말하기 전에 원장의 그'의중'을살펴야했기 때문이다.
주방사람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원감의 오랜 도적질을 알려야 했다.
나는 원장에게 따로 가서 사라진 식재료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원장님, 제가 연휴전날 마감하면서 냉동실을 확인하고 갔거든요. 그때 뜯지 않은 동그랑땡 두 봉지와 만두 한 봉지가 있었는데 한 봉지씩이 없어졌더라고요... 누군가 그걸 갖고 가면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것 같아요."
"....."
"일단 저와 오전 도우미샘은 먼저퇴근했고.... 그럼 저녁 도우미샘과 원감님이신데...."
그러자 냉장고 문단속을 운운하던 원장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와요.... 나는 딱 보고 알았어요."
마치 이 상황에 대해두 가지 버전을준비해 와서는
이젠 내가 다 알고 있다는 버전으로말하는 것 같았다.
".... 조리사님, 원칙적으로 주방에서 음식반출 안 돼요.... 그런데좋아요 버리기 너무 아까워서 조금씩 가져갔다합시다. 거기까진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아니지... 식재료를 갖고 가려다가 연휴전날 냉장고문을 열어놓고 갔다? 그것도 원감이라는 사람이?.... 이건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