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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현 Dec 10. 2023

아이들이 컸어요

예쁜 전주비빔밥

요즈음 7세 반에 가면 재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모두 이빨이 몇 개씩 빠져있다.

귀여운 유치가 빠지고 대문짝만 한 영구치 앞니가  제자리를 못 잡은 채 삐뚤게 나있기도 한다.

앞니 네 개가 몽땅 빠진 아이들도 있다. 

말할  발음이 새고, 웃을 땐 다들 영구 같다.



"오늘 간식이 뭐예요?"

오전간식은 대부분 제철 과일채소 그리고 유제품인데 일 년 넘게 문제를 내다보니 내 밑천도 다 떨어졌다.

아이들에게 슬쩍 넘겨보았다.


"네 글자데 내가 아주 싫어해."

"파프리카"

"껍질을 손으로 까먹는 거"

"귤"

아이들은 더 쉽게 문제를 내고 더 쉽게 맞췄다.



6세 반 아이들의 밥양이 늘어 바트를 바꾸었다. 7세보다 양을 더 주는데도 자주 모자라다며 채워가곤 했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은 내가 먹는 양을 두 번 이상 먹기도 한다.


식판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멍 때리다가 담임샘이 몇 숟갈 떠 먹여야 겨우 먹었던 하언이가 웃으며 스스로 밥을 먹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두 번을 먹었다고 나에게 자랑했다. 

느림 보형 하정이는 꼴찌그룹에서 벗어났다.

채소를 먹지 않는 지호와 우진가 이제 김치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야, 너 이거 남기면 어떡해... 조리사님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만든 거란 말이야."

복도를 지나가는데 6세 반에서 도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삐질삐질'이란 표현이 너무 웃겨서, 나중에 담임샘한테 물었더니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고 다.

자신도 그 말이 재밌어 아이들한테 얘기할 때 즐겨 쓴다고 했다.


"얘들아 오늘 점심시간 규칙은 돌아다니지 않기,

그리고 남기지 않기야."

"네에"

"조리사님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정성껏 만든 음식인 거 알지?"

"네에"



전주비빔밥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비빔밥은 식판을 사용하는 어린이집에선 쉽지 않은 메뉴다. 7세 아이들도 여러 나물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은 주방에서 맵지 않게 전부 비벼서 바트에 담아 나간다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색색이 예쁘게 담여진 비빔밥 재료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커다란 양품을 같이 주고 아이들과 같이 비벼달라고 샘들께 전했다.

양품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잘 비빈  담임샘이 식판에 나눠주었고, 아이들은 매콤한 비빔밥을 호호거리며 잘도 먹었다.


색색의 전주비빕밥을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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