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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현 Dec 16. 2023

복지는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을까?

어린이집의 복지규정에 대해

어린이집은 가정, 민간, 직장,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나눌 수 있다.(법인도 있다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자체 소유이며 정부 예산으로 원장이 위탁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국공립의 경우 주기적으로 엄격한 감사를 받기 때문에 원장이 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기는 어렵다.

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 원은 원감이 회계맡아한다. 물론 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원장이다.


어린이집은 기본적인 운영틀만 지키면 아주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운영규칙을 얼마든지 정할 수 있고 복지예산을 따로 세울 수도 있다.

원장, 보육교사, 조리사는 모두 호봉에 따른 급여를 받는다. 대부분 기본 호봉 외에 상여금과 수당을 정하여 업계 평균임금을 맞춘다.

내가 이 재미없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교직원 복지규칙에서 꽤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여금은 명절 두 번과 여름휴가비, 자기 계발비, 건강관리비 등 여러 명목으로 있었다. 

수당은 직책수당과 업무 외 수당, 성과수당이 있었는데 내가 눈여겨본 것은 그 대상을 정할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복지에는 알다시피 보편복지와 차등복지가 있다.

늘 논란이 있긴 하지만 예산집행의 결정권자은 보편보지보다 차등복지를 선호하는 듯 하다.


우리 원의 보편복지는 가을에 독감을 무료로 맞혀주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차등복지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니까 원장, 원감과 담임교사까지 6명이 진짜 멤버로서 차등복지의 해택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나머지 보조교사, 조리사, 보육도우미 4명은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최소한으로 정해두었다.

예를 들면 추석상여금은 1년 미만 정교사는 10만 원 1년에서 3년 사이는 20만 원 3년 이상은 30만 원이고 나머지  3만 원이라고 정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원장 입장에서 주 업무인 보육을 담당하는 정교사의 근속연수를 우대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고 싶을 것이다. 바람직하다. 

문제는 근속하려면 원장과 원감의 결정권이 무척 크다는  있다. 교사가 오래 근속해서 복지의 혜택을 받고 싶다고 그리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보육교사들은 1년씩 계약을 하는데 계속 재계약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자기 하기 나름 아닐까?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럼, 이렇게 질문해 보자. 

원장과 원감은 실력을 갖추고 인성이 좋은 샘들이 많이 들어와서 오래오래 근속하기를 바랄까?

나는 궁금해졌다.

모든 샘이 3년 이상 되어 모든 상여금과 수당을 풀로 받는다면 말이다.


참고로 우리 원은 개원한지 만 3년이 되었는데 원장과 원감, 원감의 프락치인 주임교사 그리고 조리사인 나만 근속연수가 3년이 되었다. 나는 조리사여서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대상에서 제외 되었으니 나머지 3명만 그 혜택을 받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 교육에 직접적인 향을 주는 교사에 대한 인사권을 설마 그런 것 때문에 남용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원은 4세, 5세, 6세, 7세 반이 있는데, 

이제 4세 반은 고정 담임이었다. 원감의 프락치가 맡았다. 내년에도 변동은 없어 보인다.

영아들은 사고율이 높고 부모들도 예민하므로 숙련도가 있는 사람으로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나머지 5,6,7세의 담임교사들은 개인의 탁월한 역량보다 지시한 사항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긍정적인 성향과 성실성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 같다. 


담임교사들은 아이들의 활동과 보육, 가정에 전달 사항 등 기본적인 보육업무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 있다.

거기에 행사가 얹어지는 셈이니 사가 너무 많은 어린이집을 선호할 리 없다. 

대부분 이런 걸 모르고 우리 원에 온다.


우리 원에서 중요한 행사 아이디어는 원장과 원감 머리에서 나온다. 원장은 행사에 예산을 아낌없이 할애한다.

아이들의 즐거운 원 생활에 일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사만큼 학부모의 피드백이 빠르고 확실한 게 없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우리 원 규모에 담임을 맡지 않은 원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원 행사는 고전적인 행사(명절,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졸업식, 재롱잔치)는 기본이고 부모참여 행사, 그보다 작은 중형급 행사, 담임교사들이 기획하는 활동들까지 포함하면 매주 하나씩 있다.

원장은 더 기발하고 특이하며, 부모들의 참여와 호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걸 찾고 또 찾는다.

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예산은 늘 빠듯하고, 교직원의 보편복지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담임교사들은 하나의 행사가 끝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일종의 행동대원이고 손과 발인 셈이다.

그러니 굳이 호봉이 높은 샘을 쓸 이유가 없어 보인다.

우리 원에 근무했샘들이 거의 자격을 바로 취득했거나 경력 1,2년 정도인 샘들이었던 건, 

그리고 대부분 2년 이상 근무하지 못했던 건

아마도 우연일 것이다.




원감은 원장을 제외한 정직원에게 상조회비를 걷었다.

내가 물으니 관행이라 했다. 1년에 12만 원인데 그 용도가 참 이상했다.

교직원 생일선물(1인당 3만 원)과 4번의(설 추석 스승의 날 생일) 원장선물, 그리고 연말 송년회 때 상조회 명의의 선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상조회 관리는 다른 샘이 안 한다고 하여 원감인 자신이 맡았다고 했다. 조직에 회계를 맡는 사람이 상조회를 맡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내가 건의했지만 할 사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의도와 결과는 원에서 해야 할 교직원들의 보편복지를 상조회비로 충당하는 것이었다.

내 돈으로 내 선물을 받고, 원장의 선물 값으로 대부분 사용되는 셈이다. 생색은 원감이 내면서.


종일 주방에 처박혀 밥이나 하는 내가 왜 이런 걸 알고 있을까? 그건 오래 근무해서 이다. 

1년 미만 샘들은 불합리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을 잘 발견할 수도 없을뿐더러 알아도 묻기가 힘들다. 

1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분명 불만과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원감은 그즈음 되면 여기저기서 구멍을 드러낸다

본인도 자기를 알기에 1년씩 끊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결국 브레인 3인과 손과 발이 되어줄 신입샘 3인 이렇게 구성되면 최적의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3인은 계속 바뀔 터이니....


복지는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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