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불가능하니까.
'모든 것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하니까, 넌.'
이른 퇴근에 바람도 적당하고, 간만에 집에서 먹은 밥도 맛있고, 눈누도 평소보다 말을 잘 듣고. 모든 게 완벽해서 좋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 말대로다. 새삼 생각한다. 내가 잘 지내고 싶은 건 사람 뿐만이 아니었지. 버스 옆자리 사람과 우연한 신체 접촉조차 없었으면 하는 욕심, 회사 동료 모두가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욕심, 모두가 나처럼 생각했으면 하는 욕심. 주변 모든 상황이 한치의 어그러짐 없이 '나'와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마음은 내 오랜 욕심이다.
한동안은 그게 가능할 줄 알았다. 나만 노력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평생 불가능할 것이다. '조화'라는 행위에는 둘 이상의 욕심 많은 주체만이 있을 뿐, 상대방이 수동적 객체로 남는 일은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숱한 어그러짐을 모른 체 해왔을 뿐, 그동안 경험해왔다고 믿어온 '완벽한 관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하게 어우러지지 못한다고 해서, 조화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그 역시 얼마나 불행한 인생일지 생각해 본다.
기존의 조화로운 관계들에 집중하고, 그렇지 못한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일 따위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물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한 나의 선결 과제다.
(작년 여름에 써둔 글을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