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디 Sep 11. 2020

내가 해결해줄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두 친구

올해 상반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봤다. 이탈하지 않았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캐릭터들이 발산하는 ‘자신감’이었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익준은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는 동료를 보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무슨 일인데? 내가 해결해줄게.”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후배에게 준완(정경호 분)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럴 땐 나한테 물어봐.”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해결해줄게. 나한테 물어봐.” 그리고 당연히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길 바란다. 지금의 나는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괜히 선을 넘는 건 아닌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그동안 단 한 번도 힘들단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친구가 갑자기 단체 카톡방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던 날. 슬픔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친구가 그런 걸 바란 것도 아니었고, 내가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는 사안이었지만 단박에 ‘나한테 맡겨 달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력, 논리 그리고 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는 건 슬픔이고 고통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생의 디폴트는 기쁨이며, 종종 슬픈 사건이 생기곤 한다 믿었던 나는 이제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슬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뱉는 슬픔은 가까이 다가오고, 내뱉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을 구별해 낼 수 있게 된 거라던 누군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오래된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대학교 1~2학년 때 나간 모임의 수가 족히 10개는 됐다는 사실에 굉장히 충격받았다. 스스로가 본 투 비 내향형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물론 그중 지금까지 만나는 사람의 수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점차 관계를 좁혀내 정말 마음 가는 사람들만 만나게 된 지금, 이 사람들 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문제가 생겼을 때 깔끔하게 해결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나의 능력은 어디까지 성장해야 하는 걸까. 그 성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강하고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상반기에 본 시리즈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