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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Nov 19. 2020

나에겐 소중한 당신의 쓰레기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 글을  쓰고 제목을 잡는 편인데, 오늘의 기분이 반영되어 아주 극단적인 문장이 나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은 종종 있었다. 내게 중요한 일이 남에겐 중요하지 않은 상황. 그리고 그 반대 상황도. 모든 사람이 전부 나 같을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들 같지 않으니까.


완전히 똑같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가장 유사한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공유했던 경험은, 학부생 때가 가장 강렬했던 것 같다. 5년이란 짧지 않은 학교 생활이 내내 행복했던 것 역시 그 때문이었는지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공감하는 사람들, ‘이거 좋은데/이상한데, 뭐가 좋은지/이상한지 설명을 못하겠어’라고만 말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들. 지금도 이런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가 아닌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게 문제지.


제일 속상한 건,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그 자체를 가볍게 보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는 내 모습이다. 그냥 나도 그 사람들이 귀중하게 모시는 무언가의 무용함을 비웃어주고 말면 될 일인데, 또 나름대로 그 사람의 이유와 명분과 핑계와 인생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ex, 어릴 때 책을 안 읽어서 저럴 거야... 해외에서 살다 와서 그럴 거야... 전공이 나랑 달라서 그럴 거야...)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여기까지 이어진다.


그래도 내게 중요한 것들을 툭, 놓아버리지는 말아야지. 분명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있을 테니까. 어쩌면 그 가치를 나보다 더 강하게 절감하고, 강하게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잘 갈고닦고 귀중하게 지니고 있다가, 그때 그 친구들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 자랑스레 보여주고 싶다. "저는 이 일이, 작품이, 글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당신도 그걸 느끼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But what if we're the villains on the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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