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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 Aug 29. 2018

매순간이 복선의 연속

브런치 무비 패스 #01 - 영화 <서치>(2017)

※ 스포 없는 리뷰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에 선정되었습니다! (짝짝짝)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무비 패스 시안. 실물 티켓처럼 나눠주면 기념도 되고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지난주, 첫 번째로 초대 받은 작품인 <서치>를 보고 왔다!



  <서치>는 8월 29일(오늘) 개봉하는 작품으로, 딸 마고(미셸 라)가 실종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빗(존 조)이 사건의 실마리를 수집하며 딸의 행방을 뒤쫓는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다. 영화제 사전 상영, 각종 예고편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서치>는 SNS 등 인터넷 화면들로 구성됐다. 딸의 실종에 하루하루 수척해져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열연한 배우 존 조의 공헌 역시 이 영화의 호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나, 역시 <서치>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위와 같은 연출 방법이다. 동시에 질문을 던져볼 만한 지점이기도 하다. 과연 이 영화의 연출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새로운가?



  감독 그리고 더 나아가 관객의 시선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의 직접 촬영 대신, 영화는 각종 메신저의 화면과 더불어 카메라 속 카메라(예컨대 CCTV 화면, 영상 통화, 유투브 등)의 화면으로 콜라주를 구성한다. 새롭다면 새로우나 사실 우리가 이러한 연출을 이전 영화에서 아예 봐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이것이 전체 스토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복선’ 차원에서 활용되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화면’들에는 문자,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입력돼 있다. 이는 곧 수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증거’라는 말이 된다. 인물들 간 언제 이런 메시지들이 오고 갔는지, 이 사진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는지 화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셈이다. 익숙한 영화들의 경우 해당 종류의 화면들은 한 차례 제시된 뒤, 그 이후의 장면에서 다시 한 번 짧은 플래시백으로 재현되고는 한다. 또는 우리가 영화를 다시 볼 때 눈치챌 수 있을 만큼만으로 미세하게 작동한다. <서치>는 복선을 단선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이를 주된 전개 방법으로 활용하여 연속적으로 이어 나간다. 그저 새로운 화면들의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은 정보의 향연인 것이다.



  이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제는 진부한 관용어구가 되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이 시대는 ‘정보의 홍수’ 속 시대다. ‘홍수’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해당 어구에서는 정보의 양적 측면이 강조됐다. 하지만 이제, 홍수 속에 자신의 정보 역시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이러한 측면에서 ‘No one is lost without a trace(누구도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오리지널 포스터의 슬로건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타이핑 몇 번으로 누구나 내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영화적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주인공 데이빗이 마음만 일찍 먹었더라면 클릭 몇 번으로 딸 마고의 외로움을 미리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 <서치>는 현대 사회 속 하나의 현상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굳이 단서를 수집해가며 보지 않아도 <서치>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연출 기법들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훅훅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 그 정보들을 나름대로 조합해가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지, 그리고 마고는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 지 데이빗과 함께 찾아 본다면 영화를 보다 확실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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