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입니다

- 1화. 신입사원

by 고미젤리

사장 비서인 수경은 곧 출산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녀는 회사가 자신의 빈자리를 매꿀 후임으로 몇 개월 임시직을 뽑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주 박상무는 이참에 아예 비서를 두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것이 휴가 후 돌아오지 말라는 소리라고 추측했다. 사장이 직원들의 개인적 사정으로 자신이 불편해지는 건 절대 못 보는 사람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않아 23살의 김지윤이 입사했다.

그녀는 정말 예뻤다. 수경은 자신도 한 미모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지윤의 화사한 젊음은 따라갈 수 없다고 느꼈다. 사근사근한 말투와 붙임성까지 좋은 지윤은 단번에 사내 모든 남성들의 타겟이 되었다. 수경은 그런 지윤에게 충고했다.


“지윤씨, 사내 연애는 신중해야 하는 거 알죠?”


수경은 지윤의 눈웃음이 가식적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 건지, 핸드폰을 확인하며 말없이 웃는 지윤의 웃음이 얄미웠다. 사실 수경은 이렇게 예쁘고 어린 지윤에게 새내기 사원들의 관심은 당연하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 마흔이 다 된 재무팀 김차장까지 지윤을 보러 비서실을 들락날락하는 걸 보니 기가 막혔다.


그날 오후도 김차장은 지윤이 좋아하는 카페 라떼를 들고 나타나 수경에게도 선심 쓰듯 한 잔 내밀었다. 수경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받아 들었지만 그의 상기된 얼굴에 모두 쏟아 버리고 싶었다.


“차장님, 사장님 곧 나오실 거에요. 인사하고 가세요.”

수경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로 말했고, 김차장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사라졌다.


하지만 지윤의 추종자들을 물리치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이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오늘 오후에만도 영업팀 한 대리가 또 커피를 들고 왔고, 어제는 기획팀 윤사원이 초콜릿을, 인사팀 백대리는 쿠키 박스를 사 날랐다. 그때마다 수경은 눈치 없는 사람인 양 큰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이렇게 간식을 가져다 주시는 분이 얼마나 많으신지요. 이제 비서실에 대기 번호표라도 둬야겠어요.”


그렇게 요란을 떠는 수경을 보고도 지윤은 아무 말 없었다. 언제나처럼 옅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을 뿐 조용히 일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수록 수경은 자신이 왜 나서서 지윤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는지 한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