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입니다 7
지윤은 요즘 박상무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는 걸 느꼈다. 자신의 행동을 세세히 주시하는 집요한 눈길은 언제 어디서나 티가 났다. 지윤은 박상무의 이런 적대적 눈빛은 사장의 마음일 거라고 해석했다. 박상무 스스로 사장의 눈과 귀라 자청하던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윤은 이들의 냉대도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낙관했다. 앞으로 일만 잘하면 다 잘 풀릴 거라고 믿었다. 오늘 점심 이 차장이 한 말만 없었다면 말이다.
“수경 씨가 애 낳고 요즘 우울한가 봐. 다시 회사 나오고 싶다고,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그러네.”
매번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이 젓가락을 깨작대던 이 차장이 오늘도 반찬을 휘휘 저으며 지나가듯 내뱉었다.
“이제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복직하시는 건가요?”
이 차장은 친정 부모님이 지방에 살아서 애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자기만 독박육아라고 투덜대던 수경의 말을 다시 언급했다.
“조리원 나오고부터 맨날 애랑 둘이래. 남편은 허구한 날 야근이고.”
지윤은 수경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처음부터 임신으로 인해 퇴사하는 직원의 후임을 뽑는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자리가 보장된 게 아니라는 새삼스런 사실에 심경이 복잡해진 지윤을 놀리는 건지 이 차장이 쐐기를 박았다.
“결혼이 그래서 힘들어. 지윤이는 참 잘했네. 잘했어.”
이 차장은 그 ‘잘했어’라는 말을 노래처럼 반복했다. 지윤이 뭘 잘했다는 건지, 결혼했어도 애가 없어서 잘했다는 건지, 이혼해서 잘했다는 건지, ‘잘했네, 잘했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 차장의 추임새를 들으며 지윤은 얼굴과 목과 귀까지 온통 새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눈치 없이 재잘대는 이 차장의 눈빛이 실은 자신을 요리조리 살피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못 들은 척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할수록 지윤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화가 되고 열이 되어 몸이 불타오르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