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 비밀입니다 10

by 고미젤리

지난주, 박상무는 사장에게 수경이 곧 돌아올 거라고 전했다. 지윤은 이미 고용계약서상 3개월 수습기간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그 안에 해고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고도 설명했다. 물론 수경의 출산휴가는 맞춰줘야 했기 때문에 한 달여의 공백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단기 알바를 좀 쓰고, 이 차장이 도와주면 될 일이었다.


박상무는 지윤이 그 나이에 이미 결혼에 이혼까지 하고서 회사에 한마디 안 한 게 큰 문제라고도 했다. 물론 이를 해고의 이유로 밝힐 수는 없으니, 절대 아는 척하시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했다.

문제는 오늘 아침 일이었다. 박상무는 그냥 어린 직원 앞에서 쪽팔린 일이었다 치부하며 대충 넘겨보려 했다. 하지만 오늘 수경의 복귀와 지윤의 해고를 이야기하는 말미에 사장이 갑자기 물었다.

“와이프가 암이라면서? 심각한 거야?”


사장은 에이전트 쪽에서 그렇게 귀띔해 주었다고 했다. 지윤은 자신의 아내가 그냥 좀 아프다고까지만 이야기했다던데, 여러 사람 입을 거치며 이야기에 살이 붙고 뼈가 붙어 버렸나 보다. 박상무는 대충 아침에 급히 응급실에 갔는데 처음 생각과 달리 큰 병은 아니었다고, 지금은 괜찮다고 얼버무렸다.

사장은 그런 박상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좀 잘해주지. 화병 난 거 아니야? 재수 씨?”


사실 아내는 화병 같은 건 없는 여자였다. 자기 할 말, 행동에 거침이 없는 사람이라 화 같은 걸 이고 지고 사는 사람도 아니었다. 실수 좀 한 것 같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사람 참 질리게 하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날도 일찍 나가려는 자신을 붙잡고 해묵은 화풀이를 해대더니,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다. 밤새 차 안에서 뭔가 나오긴 했나 보다. 조심하랬더니...... 미스 백이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고 무시하려는데 자신의 핸드폰을 뺐더니 그걸로 온 집안을 두들겨 부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아내의 핸드폰에 회사 전화번호가 뜨는 게 보였다. 하지만 눈이 뒤집힌 아내는 통화가 연결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부터 내놓으라는 자신의 요청을 무시하고 소리만 질러댔다.


그 모든 소란을 저 문제의 김지윤인 듣고 만 것이다.

박상무는 이제 하루라도 빨리 지윤을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길게 끌다 더 큰 혹만 붙이는 꼴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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