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by 고미젤리

80이 넘은 언니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거동이 많이 불편해지고 있었지만 낮에는 간병인이, 저녁엔 퇴근한 아들 내외가 있으니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언니야말로 세상 좋은 팔자지. 한가로이 누워서 맛있는 것 잘 먹고 얼마나 좋아요?”


명주는 냉장고 가득 들어찬 음식을 보며 언니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런 언니도 얼마 전 화장실에서 크게 넘어진 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 하게 되어버렸다. 침대에서 돌아눕는 것조차 힘들어져 버려 간병인이 시시각각 자세를 바꿔주지 않으면 피부가 시커멓게 타 들어갈 판이기도 했다.

그럴수록 언니의 짜증과 신경질은 더해졌다. 몸만 말을 안 들을 뿐 입은 여전했으니, 그 성질머리를 맞춰줄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이미 며느리와는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듯, 갈 때마다 언니는 며느리에 대한 독설을 이어갔다.

“긴 병에 효자 없다잖아요.” 명주는 그런 언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언니, 나 왔어요.”

헝클어진 짧은 머리로 누운 언니의 모습을 보며 명주는 명랑하게 인사했다. 언니가 원래도 그렇게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파킨슨으로 굳어진 얼굴 때문인지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은 멍한 얼굴은 얼핏 보면 무언가에 놀란 듯, 입안에 공이라도 하나 물고 있는 듯 묘한 표정을 자아내고 있었다.

“오다가 참외 좀 사 왔는데, 하나 깎아 올게요.”

화장실에서 한참 일하고 있는 간병인을 흘끗 돌아보며 명주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몇 년간 요양보호사니 간병인이니 여러 명이 오고 갔지만, 이번 아줌마는 조금 오래 붙어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간병인치고는 젊은 50대 중반의 아줌마 눈치를 살피며 명주는 깨진 참외 하나는 간병인 몫으로, 나머지 하나는 언니와 나누어 먹을 량으로 예쁘게 깎아 왔다.

“언니, 이걸 들고 오다가 버스 안에서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지 뭐예요. 버스 아저씨가 얼마나 뭐라고 하는지, 그래도 사람들이 착해. 하나도 안 놓치고 다 주워줬어요.”


웃자고 한 말에 언니는 발끈했다.


“떨어진 거 너나 먹어라”


오래 누워있어서 기관지도 약해졌나? 언니의 목소리는 쇠스랑 소리 같았다. 굳이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 언니와 험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명주는 모르는 척 참외 하나를 집어 먹었다.

“언니도 참. 하나 드셔보시지.”


명주는 무안한 마음을 돌려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아줌마. 식탁에 참외 하나 깎아놨어. 가서 좀 먹고 일해요.”


화장실에서 물기를 탁탁 털고 나오던 간병인과 눈을 마주치며 명주는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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