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별 수 있나

- 언니네 집으로 7

by 고미젤리

배운 게 집안일이고 식당일이라, 명주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그런 일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같은 교회 집사님들이 명주의 깔끔한 솜씨를 인정해주어 일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사실 예전처럼 식당에 취직하면 벌이도 더 안정적일 거라는 걸 알았지만, 하루 종일 나가 일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엄마의 관절염이 명주를 주저 앉힌 것이다. 엄마는 이제 혼자 걷지 못했고 그 병수발을 떠맡을 사람도 자신 뿐이었다. 그녀는 집 앞 가까운 식당이 바쁠 때면 간간히 일손을 보탰고, 집에서 만들어 간 반찬을 동네 식당에 팔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어떻게든 아끼고 쪼개 쓰면 엄마 먹을거리도 사고 기저귀도 사고 이런저런 공과금도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명주가 마룻 바닥을 열심히 걸레질하고 있을 때, 명선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언니는 문을 열자마자 인상부터 찡그렸다.


“목욕 좀 자주 시켜드려라. 이 냄새 뭐야.”


명선은 걸레질하는 명주의 앞에 봉투를 툭 던지더니 신발도 벗지 않았다.

방 안에서 엄마가 명선을 부르고 있었다.


“엄마, 명주에게 돈 좀 줬으니까 맛있는 거 사드세요. 난 바빠서 다음에 다시 올게.”


명주가 바닥에서 일어나 뭐 먹을거라도 챙겨야 하나 생각하는 사이 명선은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그런 명주 앞에 놓인 돈봉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명주는 자신의 초라한 손톱을 보았다.

변비가 심한 엄마는 약을 먹지 않으면 큰일을 보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속이 너무 답답하다고 괴로워하면 명주는 견디고 견디다 일주일에 딱 한번 엄마에게 변비약을 주었다. 그녀는 엄마에게 두 알의 약을 먹이고 몇 시간도 안 지나 한바탕 전쟁이 치러지는 걸 알고 있었다. 기저귀를 갈고 돌아서자마자 엄마는 바로 실수를 했고, 그렇게 몇 개의 기저귀가 쌓여갔다. 기껏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히고 나면 엄마는 또 실수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명주는 그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야했다. 오늘 연락도 없이 온 언니를 맞은 게 바로 그 광경이었다.

명주는 작은 세탁기에는 들어가지도 않는 겨울 이불을 욕조에 넣고 세제를 풀었다.

누렇게 뜬 땟물과 그 위의 하얀 세제 거품을 밟으며 명주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제 언니가 엄마처럼 나이가 들고 거동도 어려워졌다.

그때 명주가 기억하던 그 냄새가 언니에게도 났다.


‘늙으면 별 수 있나.’


명주는 오래 누워 퉁퉁 부은 명선의 얼굴을 보며 그날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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