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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젤리 Jul 28. 2023

이탈리아 여행기 1

갈 수 있을까, 이탈리아

오랜 코로나 격리를 끝내고 해외여행의 콧바람이 불고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앞 못 보는 강아지와 시어머니 눈치에 선뜻 가자는 말을 못 꺼냈다. 하지만 이러다 영원히 못 갈 것 같은 마음에 눈치 보는 남편은 빼고 눈치 없는 딸과 나만 떠나기로 했다.




여행 준비의 시작은 비행기표와 숙소 검색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리저리 알아볼수록 딸은 알아서 하라며 나 몰라라이고, 나는 왜 사서 이 고생인지 슬슬 열이 받는다. 결국 모든 걸 알아서 해 준다는 패키지여행을 결심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제법 알려진 여행사들만 검색했지만 상품 구성이나 가격은 다 거기서 거기라, 나는 대충 무난해 보이는 곳을 예약하고 계약금까지 결재했다. 하지만 여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갑자기 여행사가 여행 취소를 통보해 왔다. 초중고 방학 바로 전이라 목표한 손님 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같은 일정으로 일 이주 뒤로 미루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물론 가격도 처음보다 몇십만 원 올려 부르면서 말이다. 괘씸한 마음이 들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그냥 취소해 버렸다.


하지만 취소의 통쾌함은 잠시, 이제 다시 원점에서 출발이다. 나는 눈이 빠지도록 검색하고 예약하고 취소당하기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 포기할까 말까 자포자기하던 순간 이탈리아 일주가 확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정을 세세히 따져보니 앞서 찾아봤던 여행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나는 딸과 남편에게 확정된 일정을 통보했다. 예상대로 남편은 ‘가란다고 진짜 가냐’는 반응이고, 딸은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위한 증거 자료를 요구했다. 게다가 생각 없는 딸은 친구들과 갑작스레 일본 여행을 가겠다며, 이탈리아 가기 전 날 서울에 도착하겠다고 한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스무 살 젊은 나이를 강조하며 끄떡없다고 자신하니 그냥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 벼르면서 말이다.


결국 아이는 일본으로 떠났다. 떠나기는 여섯 명이었으나 중간에 코로나가 의심된 친구 둘이 급히 귀국하며 일주일 여행을 꽉 채운 건 네 명뿐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딸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원래 조금 무리하면 다래끼가 잘 생기는데, 매일 렌즈를 끼고 밤새 쏘다녔는지 눈이 밤탱이가 되어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탈리아 비행기 출발은 오후라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안과를 찾았다.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은 혀를 끌끌 차며 다래끼를 째주었고 약도 일주일치나 처방해 주었다. 어쨌든 딸의 한쪽 눈은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여행기간 내내 렌즈는 꿈도 못 꾸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후다닥 짐을 싸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니, 드디어 출발이다. 피곤한 몸과 마음이지만 공항버스를 타고 달리며 정말 여행이 시작된 느낌도 들었다. 긴장이 풀리고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 잠이 들까 말까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 사이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잠이 깼다. 버스 기사에게 차가 왜 이렇게 막히는지 묻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버스와 무전을 주고받던 기사님은 영종대교 직전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 수습으로 인해 차가 많이 막힌다고 했다. 얼른 뉴스를 검색해 보니 과연 쓰레기차가 공항대로 한복판에 엎어져 있고, 주변이 난장판이었다.



역시나 여행이 순조롭지 않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얼른 여행사 가이드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트럭이 어쩌고, 난리가 저쩌고 상황 설명을 길게 늘어놓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가이드님의 답은 ‘아이고’ 한마디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공항까지 3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했다. 부랴부랴 티켓을 수령하고 짐을 부치고 정말 가기는 하는 건가 의심하며 게이트 앞에 섰다. 




우당탕탕 이탈리아 여행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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