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박새로이를 위하여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나의 가치관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준 드라마들이 몇 개 있다. 당장 카테고리 별로 생각나는 드라마들을 나열해 보자면....
일에 대한 사명과 성취감에 대하여 : 허준, 대장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 연애의 발견
올바른 어른의 모습에 대하여 : 나의 아저씨
생각해보면 재밌게 본 드라마는 많았지만 기억에 오래 남거나 하진 않았었는데, 위 드라마들은 그래도 나름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얼마 전, 이태원 클라쓰가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가치관, 신념의 중요성에 대하여 : 이태원 클라쓰
벌써 2회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 보았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평소에 웹툰 같은 건 전혀 보지 않았던 터라, 유명한 웹툰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실제 웹툰 작가님이 드라마 제작에까지 참여했으니 원작과의 싱크로율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도 120%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새로이 캐릭터!)
평론가는 아니라 많은 것을 얘기하진 못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대사들 위주로 느낀 점을 말해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제일 와 닿았던 대사였던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처음” 이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보통 그 순간만은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면피하고자 하게 되는 행동들은 한 번만 하게 되는 일은 많지 않다. 처음이 있으면 그 다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억지로 시작하지 않는 이상) 그 반복된 생각, 행동으로 하여금 우리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점점 변하게 된다. 나중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내가 박새로이 였다면 아마 그냥 사과하고 쉽게 끝냈을지도 모른다. 저 상황에서 저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이 들었던 대사다. 박새로이가 교도소에서 나와 원양어선에서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결국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모습이, 그 동안 별다른 발전이 없었던 최승권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난 소위 말하는 “편입생”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보단 축구와 게임을 더 열심히 한 덕분에 내가 막연하게 가고 싶었던 대학들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난 그렇게 내 자신을 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편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군생활을 마치고 나와서 복학과 동시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 내가 그렇게 보낸 1년 동안의 농도는 지금 생각해도 카카오 99% 초콜렛 의 농도처럼 진했던 것 같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책을 보면 눈이 시릴 정도였는데, 그래도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지치질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농도 짙은 시간을 보내고 느낀 성취감은 정말 짜릿했다. 하지만 저 장면을 보고 나서 지금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라고 생각해 보니 참 여러 생각이 든다. 무조건 치열하게 사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최소한 뚜렷한 목표가 지금의 나에겐 있나?
난 지금 무엇을 위해 인생의 시간을 쓰고 있을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어? 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경험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로맨틱 주제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박서준이 오수아를 좋아하는 것만큼 조이서가 박새로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가치관은 참 인상 깊지 않을 수 없다. 소시오패스였던 조이서가 인생을 걸 정도로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는 설정이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조이서가 박새로이 팔에 있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저 대사를 할 때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은 충분히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이라면 으레 내가 마음을 주면 상대방에게도 무언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부모 자식 관계든, 모두 똑같다. 그리고 그 기대가 깨졌을 때 우리는 실망하고, 괴로워한다.
문제는 항상 내가 똑같은 것을 상대방한테 바라고 기대할 때 일어난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는 말도 있지만,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이상 내가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바라게 되는 순간 그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는 있을지라도 그리 건강한 관계가 될 수는 없다.
알면서도 사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조절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이런 부분에서는 서툰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었었는데, 짧지만 나한테 일침을 가해준 것 같은 멋진 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인생을 마감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은 해보고 죽지 않을까 한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나만의 소신을 갖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기. 소신에 대가가 없는, 후회 없는 삶.
내가 몇 십년 뒤의 나를 보고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게, 나답게 살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마음이 가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