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법 이전에 지켜졌으면 하는 기본적인 것들

횡단보도에서 눈치 보지 않고 건널 수 있는 그 날까지

by 심비셔스

나는 길을 건널 때마다 화가 치미는 경우가 많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서 횡단보도 위의 보행자는 유령 취급하며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부터, 파란불에 보행자가 있는데도 위험천만하게 횡단보도를 자르며 지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 등, 참으로 보행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올해 3월부터 효력이 시작되면서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민식이 법.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너무나 갑작스레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이 법 이전에,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지켰으면 하는 것이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자동차 눈치 보는 한국 사람들


독일에서 잠깐이나마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동네의 대운동장에서 행사가 있어 그 지역의 학생, 주민들이 다 모인 뒤에 행사가 끝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한 번에 많은 인파가 나온 탓에 동시에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끝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 사람들 때문에 자동차들이 한참을 못 가고 기다리게 되는 웃픈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뒤에도, 신호가 없는 어떠한 횡단보도에서든 길을 향해 다가서면 자동차들은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멈추고 양보를 해주었다. 처음엔 이런 과분한 친절에 몸 둘 바를 몰라 연신 운전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한국식 인사를 보냈지만, 나중에는 몸에 익숙해져 나름 쿨하게 (?)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수많은 횡단보도 표지판으로 도배된 독일의 어느 한 거리

하지만 이렇게 횡단보도 위의 보행자가 항상 우선되는 마인드로 패치가 된 이후에, 한국에 들어와서는 많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무조건 지나가는 차들을 먼저 보내고 길을 건너야만 했고, 파란색 신호의 횡단보도에서도 빠르게 지나가는 우회전 차량들을 조심해야 했다. 내가 운전을 하면서 보행자가 먼저 건널 수 있게 먼저 멈추고 양보를 하면, 보행자는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과분한 무언가를 받은 것 마냥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기 일쑤였다.


해외에 거주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아마 비슷한 점을 느낀 사람들이 최근까지도 점점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이 대부분 바뀌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거, 제발 길 좀 건넙시다!

출처 : SBS 맨인블랙박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양보를 한 비율은 고작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실상 횡단보도에 신호가 없는 이상 보행자는 차량들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오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정부에서도 우리나라가 여전히 교통안전 수준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행자 우선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주요 변화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보행자의 안전한 횡단보도 이용을 위해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확대하여,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뿐 아니라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
에도 일시 정지하도록 한다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변화다!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보행자들은 횡단보도 위에서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진작 이렇게 변했었다면, 아마 민식이 사건 같은 일도 없었을 수도 있고 민식이 법 또한 이렇게 사회적인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건너자!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만큼, 운전자가 보행자가

되었을 때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횡단보도

위에서는 사람이 자동차보다 항상 우선이라는 마인드 말이다. (물론 무단횡단을 하면서 보호받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 나쁜 사람) 그래서 횡단보도에서 온전하게 건너는 나를 무시하거나 위협하는 어떤 운전자가 있다면, 나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싸울 거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도 한 명 두 명 올바르지 않은 것에 대해 대들면, 언젠가는 올바르게 바뀔 것이라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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