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진정 골퍼의 천국이다
그렇게도 와보고 싶던 미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발을 디뎌보니, 생각보다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사실 그럴 생각이 들만도 했던 게, 하필 도착한 날 LA의 날씨는 기대했던 서부 날씨와는 달리 구름이 많고 흐렸고,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도로 위 LA 운전자들의 칼치기와 과속은 흡사 한국의 총알택시를 보는 듯 했으며, 그 유명하다던 인앤아웃은 한국에서 먹던 맥도날드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감자튀김 제외)
이런 미국의 첫인상은 그다음 날부터 바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이는 집 근처의 골프 연습장을 가게 되면서부터였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을 가면 꼭 골프를 마음껏 치고 오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값진 경험을 하고 왔다. 왜 골프라는 스포츠가 미국에서 흥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아주 열악한 (?)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서 골프 붐에 뛰어든 한국 사람들이 가엽게 여겨질 정도였다.
골퍼들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천연 잔디를 파면서 연습을 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코스 내에서도 매트를 깔고 티샷을 하게 만드는 골프장도 있으니....말 다했다.
또 골프 한 번 치러 가려면 한 시간은 기본, 가까운 곳을 가려고 하면 가격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고 캐디피, 카트비, 그늘집 비용....한국에서 필드 플레이는 돈이 줄줄 새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 비해 미국 서부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좋은 쪽으로)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주거 지역 근처에 20분 내로 갈 수 있는 골프장이 기본 2~3개씩 있고, 골프장 퀄리티에 비해 그린피가 매우 저렴한 편이며, 필요하지도 않은 캐디를 쓰지 않아도 되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없다. 내가 걷고 싶으면 걸어서 라운딩을 할 수 있고, 카트를 타야 하더라도 이미 그린피에 가격이 포함되어 있고 페어웨이 안까지 카트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 플레이하기도 매우 편리하다. 미국은 차치하고서라도 이전에 잠시나마 가봤던 스페인 골프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아시아에서도 한국의 그린피는 일본 등과 비교해서 매우 높은 편임을 생각했을 때 이쯤 되면 한국 골퍼들은 진정 "호구" 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미국 서부 여행은 내가 성인이 되어 골프를 배우게 되면서 생각지도 않게 절반은 "골프"라는 테마로 채워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높은 비용 등 때문에 골프를 왜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여행을 와서는 배워 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사실 비용을 떠나서, 제일 좋았던 점은 4명을 굳이 모으지 않고도 언제든 내가 원할 때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골프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해도 큰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것도 매우 큰 즐거움임에 틀림없지만 때로는 억지로 4명을 맞추느라 원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플레이를 해서 불필요하게 기분이 상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혼자 여행 겸 지방을 방문했을 때도, 그 지역에서 가볼 만한 골프장을 찾아 혼자 조인해서 칠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내리게 된 결론.
"디지털 강국 한국에서는 저렴한 스크린 골프나 열심히 치고, 해외여행 갈 때나 가끔 필드 나가자!"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웃프다는 표현이 제일 적절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