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 2부 - 대자연, 그리고..

by 심비셔스

미국 서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미국 서부 여행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 목적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웃나라 일본 여행을 했을 때만 해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자연경관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유럽 여행,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서도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의 화려한 자연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욕심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미 대륙의 크기를 언젠가는 한번 실감해 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고, 내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우연히 들렸던 크리스탈 코브 해변. 입장료는 무료지만 주차비가 비싸서 차에서 낮잠 한숨 자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무조건 가보기로 마음먹었던 곳 중의 1순위였던 엔텔로프 캐년은 나의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인지,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국립공원이 아니라 사유지라서 특정 업체를 통한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보니, 자유롭게 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썩 잘 맞지는 않았다. 역시나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은 기대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오는 법. 엔텔로프 캐년 옆에 있는 홀슈밴드 (Horseshoe Bend)에서 느낀 어질어질할 정도로 대단한 스케일과,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 엔텔로프 캐년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지나쳐가며 본 이름 모를 캐년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들이 더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언젠가는 서부와 동부를 잇는 "루트 66" 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맛보기 정도만 본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욕구 충족은 충분히 된 듯하다.

지나가는 길이 모두 대자연 그 자체였다

또 하나의 의외였던 구석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산과 바다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무조건 산을 고르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오히려 바다와 해변 경관에 더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미국 서부의 자연환경 때문이겠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갔다면 또 달랐을 수도....

크리스털 코브 트레일, 라구나 비치도 좋았지만 샌디에고에 위치한 델 마르의 시 클리프 코스털 트레일, 그리고 라호이야 코브가 압권이었다. 나중에 미국 서부를 한번 더 갈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 보지 못한 노을 지는 델 마르 해변을 꼭 걸어보고야 말 것이다.

인생에서 본 최고의 해변 중 하나. 다음엔 혼자가 아닌 둘이 오고 싶다.

대자연과는 별개로 미국 서부 여행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도심이었다. 내가 머물렀던 어바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한 동네였지만, LA와 샌디에이고의 도심은 매우 활기차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해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더 게티는 나처럼 예술에 큰 지식이 없는 사람이어도 방문 자체로 보는 것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고 더 브로드 뮤지엄 또한 평소에 보기 힘든 많은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더 브로드 옆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은 건물 내, 외부만 둘러보는 정도로만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도 관람하기 매우 편하게 동선 구성 및 모바일 도슨트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어 매우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짧고 굵게 다녀온 생애 첫 미국 여행. 아득히 넓은 미대륙에서도 아직 서부의 일부만 본 것이기에 못 본 것 또한 많지만, 그래도 충분히 값지고 여유로웠으며 자유를 만끽했던 시간이었다. 2023년에 내가 경험하게 될 여행지 또한 앞으로 계속 곱씹을 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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