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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Jul 02. 2021

완벽주의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조금 내려놓아도 돼, 괜찮아.

 나의 지난 몇 년 간은 완벽이라는 강박 속에 발이 꽁꽁 묶여 살았던 나날들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는 완벽주의자였다. 나라는 생명체는 절대적으로 완벽할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함을 추구했다. 완벽한 것만이 의미가 있고 그것만이 멋지게 느껴졌다. 인간미가 넘쳐흐르도록 허점이 많고 모자란 부분이 많은 내가 현실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이상만 바라보았다. 그것이 시작이었겠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몇 년 전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때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업무량이 많았고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이는 나의 직장생활 7년 동안 한결같이 변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나는 일복이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내 운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때 그 시절의 나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이 구역 미친 워커홀릭은 나야.


그렇다, 나는 일에 미쳐있는 완벽주의자였다.

넘치게 많은, 그 과한 업무들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었고 그로 인해 야근이 잦았다. 시간 내에 해내지 못한다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작은 실수라도 나오는 날이면 스스로를 혹독하게 혼내고 내내 그 실수에 대해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그렇기에 평일의 일과시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내 머릿속에는 일 생각만 가득했다. 나의 일주일은 일 생각으로 가득했고, 이는 곧 나라는 사람은 일로 가득 차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마 그 시절 나의 몸에는 피와 물이 아닌 일이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여유와 휴식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일만 존재했다. 애석하게도 그게 전부였고 그게 가장 중요했다.





 어느 날 상사가 갑자기 물었다. 나에겐 갑작스러운 질문이었겠지만 그녀에겐 준비된 질문이었다. 나를 내내 지켜본 후 최대한 무겁지 않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툭 던진 것처럼 보이게 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질문은 간단했다. 힘들지 않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눈과 입을 최대한 움직여 해맑게 웃었고 낭랑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이 정도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나의 상사는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었고 나는 이미 그녀에게 간파된 후였다. 그녀는 나의 대답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고 나에게 말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좋아, 일을 잘 해낸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는 늘 나올 수밖에 없어.

사람이니까 실수도 하고 허점도 있는 거야.

완벽이라는 것이 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돼. 조금 내려놓아도 돼.


 멋쩍은 웃음을 짓고 간결하게 고마움을 표현한 후 다른 대화의 주제로 넘겼다.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음과 동시에 가슴팍 정중앙을 정확하게 때려 맞은 기분이 들었다. 머리도, 마음도 한참이나 멍했다. 꽤나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은 먹먹함이었다.


 그녀의 몇 마디가 완벽함을 위해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던 나를 멈추게 했다. 이후 찬찬히 돌아본 나의 모습은 한심했다. 완벽하고 싶다는 이유로 나는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치고 있었다. 야금야금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내가 힘든 이유는 나 때문이었다. 가장 큰 이유였다. 이는 한편으로 참 마음이 아린 사실이기도 했다.


 여전히 일을 할 때 완벽하게 해내야지 라고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다짐하지만, 그날 그녀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적당히 해내야지 라고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는다. 완벽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는 내가 나 자신을 옳은 방법으로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허점도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 또한 나의 일부로서 사랑하는 것이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하는 사랑법이 아닐까.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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