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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Jun 15. 2021

월요일과 헤어졌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그 녀석이 나를 떠났다

21년 6월 14일 월요일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늘 예쁜 구름이 뽐내더라. 하얀 구름이 예쁘게 끼리끼리 모여서 빛을 냈다.




 어김없이 오늘도 월요일은 시작되었다. 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던 출근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불과 6개월 전에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도 싫고 부담스러웠다. 월요일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일요일 오후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어깨가 뻐근하고 무거웠다. 그리고 주말 동안 관심 밖에 있던 질문을 내뱉어야만 했다. 내일 뭐부터 해야 되지?라는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머릿속에선 답을 빠르게 찾아야 했다. 그것이 나의 직장생활 7년 동안 월요일을 맞이하는 일요일 밤의 자세였다. 그러니까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밀린 숙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월요일이 싫었다. 지겨웠다.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는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월요일에 대한 알림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같다. 뭐,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할 것이다. 티비를 보는 내내 아쉬운 일요일의 끝을 꽉 잡다가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름 경쾌한 그 연주 소리에 이내 슬며시 손을 힘을 풀어 놓아주며 마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기억은 꽤나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월요일을 알리는 그 경쾌한 멜로디를 피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도 전에 방문을 쾅 닫은 채 나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월요일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그 공식적인 멜로디가 듣기 거북했다. 싫었다. 그것은 월요일의 그윽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하는 발버둥의 일부였던 것 같다. 나는 월요일이 싫었다. 피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월요일에 대한 서먹함과 어려움은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마다 숨 막히게 딱딱한 회의가 있는 회사를 다녔던 것도 아닌데도 월요일이 어려웠다. 일요일 밤만 되면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증상은 직장생활을 한해 한해 더해갈수록 심해졌고 내가 마지막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작년에는 월요일마다 거의 밤을 새운 지경으로 출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늘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그 밤이 참 길고 지겨웠다. 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들은 아주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의 시간은 일분일초의 순간을 세어볼 만큼 지루하게 흘러갔다. 여전히 월요일이 싫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오늘은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월요일이다. 하루 혹은 한주의 시작을 잘 해내야만 할 것 같은 월요일이다. 일찍 일어나서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월요일이다. 지난 세월 동안 이유도 없이 한숨을 쉬게 했던 월요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한숨을 쉬지도, 바지런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당연하게 일찍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한주의 시작을 잘 해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월요일이다. 그냥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고 오늘 하루는 아무 고민도,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에게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의 질색할 월요일은 없다.


나를 괴롭히던 월요일은 더 이상 내 곁에 없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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