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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츠심 Jul 12. 2021

비록 일찍 일어나지 않지만
나는 게으르지 않다

일찍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찍 못 일어나는 거야

21년 7월 12일 월요일

하노이와 서울의 습도가 비슷한 날, 거기도 무덥고 습하구나?


 이곳의 사람들은 나와는 다르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분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그 영향으로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꽤나 흔하게 있다. 쉴 새 없이 발걸음을 움직여대는 출근길 속 한 편에서는 간단하고 빠르게 한 끼를 요기하는 광경을 익숙하게 볼 수 있다. 해가 완전하게 뜨지 않은 이른 시간에도 도로는 빵빵거리는 경적소리가 잦게 들리고 하늘이 밝아질수록 그 소리는 더 잦아진다. 이곳의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의해 빨리 출근해서 빨리 퇴근한다고 어렴풋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처럼 출근할 직장이 있었다면 매일 아침 함께 분주함을 나눴겠지만, 나는 홀연히 그들과 다른 게으른 아침을 시작한다.


 나의 하루는 8시부터 20분 간격으로 5번 정도의 알람이 울리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귀찮은 알람을 몇 번 무시하다 보면 9시가 훌쩍 넘어있고 이불속에서 밍기적거리다 10시 전에 일어난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한 번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셨지만 서른이 넘도록 여전히 밍기적거리며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마흔이 넘고 쉰이 넘어서도 이어질 것이다. 그때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저혈압이라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슬금슬금 도망가겠지.


 어릴 때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싫어했다. 싫다기보단 힘들어했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깊은 잠에 들어 알람을 못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늘 귀는 가장 빠르게 깨어있었다. 다만 눈과 정신이 깨어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전원 버튼을 연신 꾹꾹 눌러대도 나의 눈과 정신은 깜깜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는 일은 이상하리만큼 힘든 일이었고 그것은 여전히 지겹도록 당연하게 지속되고 있다. 

일찍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찍 못 일어나는거다.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키는 게 힘들었던 나는 때때로 아침에 꾀병을 부리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꾀병은 학창 시절 내내 개근상과 가까워질 수 없게 했다. 남들은 흔하게 혹은 당연하게 받는 개근상을 12년 동안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2번 정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몹쓸 버릇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이어졌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여러 가지 사유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늘어갔고 몸을 일으킬 수 없는 날들이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회사에 가지 않을 수는 없으니 오전 반차 휴가를 내고 오후에 출근했다. 분명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전 휴가를 쓴 것인데 그 시절의 나는 몹쓸 책임감과 필요 이상의 양심으로 불편한 오전을 보냈다. 어린 시절의 꾀병이 연장되고 있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를 불편하게 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말이다.


 학교에 가는 게 싫은 것도 아니고 일이 하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핑계 같아 보이지만 단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그 힘듦은 일찍 출근해야 하는 회사를 다닐 수 없게 했고 첫회사 이후로 9시 반 혹은 10시에 출근하는 회사만 찾아다녔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회사에 다니면 출근 시간에 따라 생활 패턴이 바뀐다는 말은 나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회사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닌 맞출 필요가 없는 나와 비슷한 회사를 선택했다. 새로운 회사를 선택하는 여러 이유 중 이 부분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확고했다. 다소 게으른 이 버릇은 포기할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온전하게 부정할 순 없지만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게으른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생각하니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일찍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못 일어나는 것인데 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고 비참하다. 핑계 대는 사람 같아서.

 사람마다 신체의 리듬이 다르고 능률이 오르는 시간도 다르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중 어떤 인간형이 우세하고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고 해서 나무늘보처럼 느릿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게 쉬운 사람과 힘든 사람이 있을 뿐 이것들의 연장선으로 나에게 게으른 사람이라는 도장을 찍게 할 수 없다.


 오늘도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삶은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서른이 넘도록 노력했으면 됐다. 이제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게 나을 것 같다.


 비록 아침형 인간은 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아침 일찍 못 일어날 뿐이지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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