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이것만은 면하고 싶었는데
21년 7월 25일 일요일
애석하게도 날씨가 참 맑다. 집에 큰 창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 좋은 날씨를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으니.
아침부터 흔하게 들리던 자동차 경적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일요일이라서가 아니었다. 하노이 락다운 시행 2일 차를 실감하게 하는 아침의 고요함이었다. 도로를 가득 채우던 차와 오토바이는 듬성듬성하게 보고 사람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많은 것이 줄었다. 무릇 실감이 난다.
결국 하노이는 최고 단계의 방역 수준인 16호 지시령이 시행되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여성은 10만 원의 벌금을 내게 되었고, 빵을 사러 가던 남성은 벌금뿐만 아니라 자신의 오토바이까지 압수당했다. 외부 활동은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고 사유 없는 외출은 불가능하다. 소통이 쉽지 않은 이 나라의 말로 나의 외출 이유가 합당하다는 것을 밝혀야만 벌금을 면할 수 있다. 산책 중이라고 이야기했다간 나도 그 여성과 남성처럼 벌금을 내게 되겠지. 내가 외출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마트에 식자재를 사러 간다는 것 외엔 없을 것 같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을 가게 되는 것 또한 가능하겠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하노이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뿐더러, 하루아침에 대중교통이 뚝 끊겼다. 간편하게 이용하던 택시를 이용할 수 없게 되다니. 더 이상 집 근처 큰 마트에서 많은 양의 장을 볼 수가 없다. 20여분이 걸리는 시간 동안 그것을 낑낑대며 들고 집에 돌아올 자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당분간은 집 앞 마트만 이용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말이면 들뜬 마음으로 주문했던 배달 음식도 당분간 만나기 어려워졌다. 주말마다 새로운 배달 음식을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 또한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런 시련이 닥칠 줄이야. 사실 그것을 떠나 주말에도 쉴 새 없이 요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제일 한탄스럽다. 주 7일 요리라니, 마트에 갈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택시는 안 되고 밥은 해 먹어야 하고. 먹고사는 일이 쉽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다행히도 마트에 물건이 떨어져서 구매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대부분 구매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 있다. 옆 동네 호찌민에선 락다운이 내려지고 사재기 현상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평온하다.
상황이 더 악화된다 한들 마트는 계속 문을 열 것이다.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지 못해 굶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묵직하게 드는 이 불안감은 자꾸만 몸집을 키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괜찮다 토닥일수록 점점 부풀어 오른다.
매일 두 끼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어왔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한 집순이에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점심 한 끼 가볍게 차려먹고, 저녁 한 끼 근사하게 차려먹고 나면 하루는 끝이 나고 그렇게 7번 반복하면 1주일은 지난다. 그럼 벌써 반이나 지내버린 것이다. 락다운이 내려진 사실을 살포시 잊고 그동안의 일상처럼 자연스레 지내다 보면 15일은 금방 지나가버릴 것이고 자유로이 외출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2주 동안의 기나긴 인내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동안 빠르게 갔던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길 바란다. 도시가 멈추자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외출할 수 없는 답답함이 아닌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매일 무엇을 먹으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깊고 진중해졌으며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 분명 아무 일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