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우리가 몽골 랠리를 하는 이유
feat. 백남준
2016년 2월 11일,
언니, 백남준이 왜 쇤베르크를 공부했는지 알아? 백남준이 그랬어. 자기는 쇤베르크가 가장 극단적인 전위주의자이고 악마 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마음이 끌렸대. 몽골 랠리도 똑같아. 나는 몽골랠리를 듣자마자 이 병신 같은 게 너무 하고 싶었어!
1)
영국 브리스톨에서 출발하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하루를 더 가야 있는 울란 우드까지 산 넘고 바다 건너 사막을 가로질러 15,000km를 가는 여행을, 우리는 그냥, 그렇게 떠나기로 결정했다.
Nam June Paik with his televisions, 1991, © Nam June Paik Studios, Inc.백남준은 자신이 왜 쇤베르크라는 이름을 듣자 마자 왜 끌리게 되었는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그렇다면 왜 그의 '극단성'에 관심을 보였을까? 나의 몽골 유전자 때문이다. 몽골... 선사시대에 우랄 알타이 쪽의 사냥꾼들은 말을 타고 시베리아에서 페루, 한국, 네팔, 라플란드까지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농업 중심의 중국 사회처럼 중앙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들은 멀리 여행을 떠나 새로운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언제나 더 먼 곳을 보러 떠나야만 했다."2)
우리의 몽골 유전자 때문일까? 나와 희린이는 더 멀리 보기 위해서 더 먼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p.s
백남준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었던 쇤베르크의 피아노를 위한 곡 op.33a 음반을 2-3년의 노력 끝에 손에 얻었다. 그리고 곧이어 바그너식 헛소리에 크게 실망했다. 3)
1) 백남준은 『아르놀트 쇤베르크 연구』를 졸업논문으로 도쿄대 미술사학 및 음악 사학과를 졸업한다. 퍼포먼스 예술을 시작한 것은 이후의 독일로 유학을 가서도 몇 년이 흐른 뒤이며, 플럭서스 활동은 1960년대에나 시작한다.
2) 백남준,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 ( 에디트 데커, 이르멜린 리비어 엮음. 임왕준, 정미애, 김문영 옮김, 백남준아트센터, 2010), p.190.
3) 위의 책, p.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