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아이템 선정부터 고민의 연속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창업은 해야지'라는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아이템을 하면 좋을지, 어떤 아이디어면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지 틈틈이 생각했다.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한 가지 제약조건이 있었는데,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지역(시골)에서 시작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매우 한정적이다. 도시와 인구수만 비교해봐도 '여기서 사업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서울 인구 : 약 1000만 명, 홍성 인구 : 약 10만 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고집한 이유는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 매력,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하도록 하고)
2018년도 충청남도 홍성으로 내려와 3년 넘게 거주하면서 매우 만족한 삶을 살았다. 우리 부부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과 사람들이 좋았기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도시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살며 지역과 공생하며 시너지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농사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처음 홍성으로 내려오면서 지역에 적응할 때까지는 직장생활을 하고 나중에 '농사'로 사업을 하자는 포부가 있었다. 평일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이나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농사모임을 나갔다. 집 앞 텃밭에도 여러 작물을 심고 가꿨다. 농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좀 더 환경적인 농사를 하고 싶어서 '자연농'을 선택했다.(농부마다 자연농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른데 우리는 무경운,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었다.) 작게나마 농산물을 팔아보며 현실을 자각했다.
'이 정도 규모로는 택도 없다'
자연농으로 가꾸는 작은 텃밭이었기에 나름 소중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산량이 작고 가격 경쟁력도 없었고, 자연농 농산물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를 만나기도 어려웠다.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가꾸는 일이 좋아 앞으로도 농사는 계속하겠지만, '농사만으로 먹고살기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사는 서브 사업으로 가져가기로 하고, 그렇다면 메인 사업 아이템은 뭐로 하지... 또다시 고민, 고민, 고민
지역에서 이 아이템이 먹힐까?
보통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알게 모르게 많은 양의 쓰레기도 함께 구매하고 있다. 완충재에 감싸져 있는 사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토마토, 잡곡 등등 그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발생된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돌고 돌아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 이런 문제를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최근 '제로 웨이스트 샵'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직접 가져간 용기에 필요한 무게만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 샵을 접하고 지역 농산물과 환경적인 판매방식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았다. 마침 우리도 농사를 짓고 있으니까 지역 농부들과 협력해서 팥, 콩 등 잡곡을 벌크통에 담아서 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즐거운 상상도 잠시... '근데 이 아이템이 지역에서 통할까?' 걱정이 밀려왔다.
환경에 대한 고민과 관심은 어디서든 필요한 것인데, 지역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았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라기보다 지역에 살면서 느낀 주관적인 판단이다.) 특히 가치적인 소비에 관심이 높은 20대~30대 인구가 도시에 비해 너무너무 적었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 샵 아이템도 마음속 저 구석에 넣어두게 됐다.
지난 고민의 흔적을 짧게 정리했지만, 현실은 몇 개월 넘게 머리 아프게 고민했고, 제로 웨이스트 샵은 사업 추진을 위한 초기 계획도 진행했었다. 참 특이한 게 감정 기복에 따라 아이템이 대박 날 것 같기도 하고, 어쩔 때는 망할 것 같기도 하고... 일희일비한 생각이 수 없이 오고 갔다.
상상 속 사업 아이템을 현실화하기란 쉽지 않다. 실체가 없기에 더 걱정이 앞선다. 나와 같이 걱정이 많은 분들이라면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사업의 실체가 없더라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나는 위 책을 읽고 고민이 더 많아진 게 함정이지만;;;)